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5
앞에서 태어난 직후부터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만 그 행동 특징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요? 청년기나 성인기가 되어도 그 특징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유아기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서만 변화해 가는 것일까요?
케이건과 모스(Kagan & Moss, 1962)는 89명의 백인 아이들을 출생 시부터 성인기까지 종단적으로 조사한 Fels Institute’s longitudinal project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3세에서부터 아동기 청년기를 거쳐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보이는 유일한 행동 특징은 행동 억제성(behavioral inhibition)이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3세부터의 일관성은 특히 남성에게 현저하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행동 억제성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나 낯선 장면에서 수줍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겁을 내는 것과 같은 신중함을 의미합니다.
케이건과 모스(1984,1987)는 새로운 종단연구를 통하여 이 행동 억제성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진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유아기 전기(1년 9개월~2년 7개월), 유아기 후기(5세), 아동기(7세)의 3회에 걸쳐 실험실 실험을 하여 여러 가지 색다른 상황을 부여하고 대상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 억제성의 정도를 평정하였습니다. (색다른 상황의 예: 알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 모르는 사람과 놀이를 한다 등) 그 결과 생후 1년 9개월의 시점과 7세의 시점에서의 행동 억제성에는 강한 관련이 인정되어 1년 9개월의 시점에서 행동 억제성이 높았던 아이는 약 4명 중 3명이 7세가 되어서도 그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객관적 지표로서 심박수와 그 변동성, 동공확대의 정도, 침 속의 코르티솔 분비량 등 생리적 지표도 측정하였는데 행동 억제성이 높을수록 색다른 상황에서의 생리적 반응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들은 이렇듯 행동 억제성이 높은 아이들이 교감신경계의 활동 반응성이 높고, 자극의 역치가 낮다는 것, 즉 색다른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대뇌생리학적 특징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음이 시사되어 최신의 기술을 동원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앞서 [글 4]에서 언급한 Thomas와 Chess(1968)의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도 동일한 대상을 추적해 나가면서 기질의 연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Thomas와 Chess(1986)는 출생 직후부터 나타난 기질이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되는가 아닌가를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아기에 보였던 기질은 1년 정도의 단기간에는 어느 정도 계속되지만 1세에서 5세의 유아기 후기 사이에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1세와 청년기(18~24세)의 사이에는 기질이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측정기간이 길수록 동일한 특징이 계속된다는 것은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질의 안정성을 조사하는 연구는 1~3년 정도의 단기간에 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기질을 측정하는 문제입니다.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동일한 기질이라도 표현되는 행동형태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발달단계별로 측정방법이나 특정 척도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연령에서 측정했던 것이 정말 동일한 특성을 측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재현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진 기질 측정방법이나 척도의 개발, 잘 짜인 연구 설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후 반년만 되면 아기는 사람을 알아보게 됩니다. 항상 가까이서 자신을 돌보아 주는 양육자를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구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정신분석 의사 볼비(Bowlby, 1969)는 생후 6개월 정도부터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연대(emotional bond)를 애착(attachment)이라 부르고 애착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Ainsworth와 동료들(1978)은 애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Strange situation procedure를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생후 12개월~18개월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8개의 실험장면에서 행동을 관찰하여 측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실험자가 어머니와 아이를 실험실로 안내합니다. 그 다음 아래와 같은 절차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1) 실험자는 어머니에게 앉을자리를 지시하고 퇴실한다.(30초)
(2) 어머니가 실험실 내의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아이는 완구를 가지고 논다(3분).
(3) 모르는 사람이 입실한다. 어머니와 모르는 사람은 각자 의자에 앉는다(3분).
(4) 어머니는 퇴실하고, 모르는 사람이 남는다(첫 번째 모자 분리).
(5)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울리기를 시도한다(3분).
(6) 어머니가 입실하고(첫 번째 모자 재회),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7) 어머니가 퇴실하고(두 번째 모자 분리), 아이는 혼자 남겨진다(3분).
(8) 모르는 사람이 입실하고, 아이를 위로한다(3분).
(9) 어머니가 입실한다(두 번째 모자 재회).
(10)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아이는 실험실이라고 하는 친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2번에 걸친 양육자와의 분리와 재회, 나아가 모르는 사람의 등장 등, 스트레스를 받는 체험을 합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하는가, 특히 양육자와의 분리 장면과 재회 장면에서 보이는 아이의 반응의 개인차를 4개의 타입으로 분류합니다(아래 인용 글 참조).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서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면 양육자를 안전 기지(secure base)로 하여 탐색 장소를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육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 나갑니다.
한편 유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유아기와 아동기가 되어서도 친구 관계를 넓히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애착의 형성은 장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착의 개인차에 관하여 지금까지 중시되어 온 양육환경 만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의 영향을 중시하여 이 두 요인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애착 연구는 유아기 만이 아니라 청년기, 성인기 이후를 대상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에 나타난 애착 유형의 특징과 청년기 이후의 연애 등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행동 유사점을 설명하는 연구 등(Hazan & Shaver, 1987; Kirkpatric & Davis, 1994) 생애발달의 관점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착 유형 설명 인용글]
1. 안정 애착(securely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있을 때에는 낯선 환경을 탐색하고 낯선 이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나갈 때는 울거나 찾는다. 그러나 엄마가 돌아온 후에는 엄마를 환영하며 쉽게 진정하여 탐색과 놀이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이용하여 낯선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를 안전 기지로 삼아 다시 놀이 등의 탐색 활동을 시작했다.
2 회피 애착(avoida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나가도 전혀 관심 없이 놀고 별 저항을 보이지 않으며 낯선 사람을 엄마보다 비교적 더 잘 받아들여 친근하게 대한다. 나갔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도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돌리는 등 무관심한 회피 행동을 보인다.
3) 양면적 애착(ambivale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있어도 낯선 상황에서는 탐색하지 않으며, 엄마가 나가면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막무가내로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돌아와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울면서 반겨 맞이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안아 달라고 했다가 몸부림치며 내려 달라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즉, 접근과 회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양가감정으로 보이며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인식하지 못한다.
4.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
이와 같이 세 유형으로 분류했지만, 같은 유형 안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세 유형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 아기들이 있다. 메인과 솔로몬(Main & Solomon, 1990)은 분류될 수 없는(unclassifiable) 아기들이 어떤 공통점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아기들의 행동은 회피형과 양가형 특성을 같이 나타내 모순을 보인다.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온 것을 분명히 알아챘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엄마에게 다가가다가 곧 화를 내고 밀치기도 하고 엄마가 돌아온 것이 이상하다는 듯 어리둥절해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애착 [attachment] (심리학 용어사전, 2014. 4, 한국 심리학회)
앞에서 보아 왔듯이 유아기의 기질 특징은 아동기, 사춘기가 되어서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발달심리학이나 발달 정신병리학의 분야에서는 기질과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 등의 부적응 행동과의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여기서는 유아기의 기질이 아동기 이후의 부적응 행동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글 4]에서 살펴본 Thomas와 Chess(1968)가 수행한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는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적응이 늦된 아이(Slow-to-Warm up Child)의 3 분류 구분과 그 아이들이 그 이후 나타내는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과의 관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청년기까지 기간 동안 부적응이 발현된 것은 순한 아이: 18%, 까다로운 아이: 70%, 적응이 늦된 아이: 40%로 나타났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유아기 때부터 까다로운 아이는 그 이후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순한 아이에도 문제행동이 나타나지만 까다로운 아이의 30%는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환경에 따라서 문제행동의 출현이 달라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행동 발생 시에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상황, 부모의 양육 등 많은 요인이 유의한 관련이 있다는 것, 또 발달 초기에 동일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좋은 양육태도와 어머니의 배우자에 대한 신뢰감 등에 따라 이러한 문제행동의 발현을 억제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아기의 아이 기질과 그 이후의 부적응 행동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는 아이의 기질이 부모의 양육태도에 미치는 영향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상호 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발달의 양방향 상호작용 모델(transactional model of development: Sameroff & Chandler, 1975)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순한 아이는 부모가 육아에 자신감을 가지기 쉬어 한층 더 아이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더 하고, 아이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아이에게는 부모도 돌보는 데 힘이 들기도 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실패하기도 하여 자녀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엄격한 양육태도가 되거나 자신의 양육태도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아이와의 관계 악화와 발달에의 악영향 등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동일한 아이 기질이라도 부모의 수용태도와 부모의 환경, 상태, 그리고 부모 자신의 성격이나 기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Thomas와 Chess도 아이의 발달은 기질 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적합(Goodness of Fit)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6. 청소년기와 정체성 문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