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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8. 2022

49. 매몰비용 오류/함몰비용 오류/콩코드 오류

sunk cost fallacy, concord fallacy

새로운 의사결정이 과거의 투자에 영향을 받는다- 매몰비용 오류 또는 함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콩코드 오류(concord fallacy)



 여러분은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보고 있는 영화가 아주 재미없다고 느꼈을 때 영화를 그만 보고 영화관을 나올 수가 있습니까?

 아마 많은 사람은 이미 얼마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였기 때문에 그냥 영화를 계속 보기로 하겠지요. 그러나 만약 영화 관람비가 공짜였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도중에 영화관을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의 선택에 있어서 이미 투입한 자금, 시간, 노력과 같은 손실을 아깝게 여겨 다른 선택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투자를 계속해 나가는 것을 매몰비용(sunk cost) 오류라고 합니다. 매몰비용이라는 것은 되돌릴 수가 없는 과거의 손실을 의미합니다. 계속할까 중단할까 선택에 대하여 고려해야 할 것은 앞으로 일어날 손실이나 이익의 전망입니다. 재미도 없는 영화에 더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현실 장면에서는 과거에 써버린 손실에 얽매여 그냥 그대로 시간이나 금전의 투자를 계속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콩코드 오류(concord fallacy)


 1970년대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개발 도중에 이대로 완성한다 하더라도 적자가 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러나 양국 정부는 이미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대로 개발을 진행하여 항공기를 완성시켰습니다. 그 결과 더욱 적자가 확대되는 사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경우, 가령, 과거의 투자가 헛되더라도 조기에 계획을 중단하는 것이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 되겠지요. 이러한 사건에 연유하여 콩코드 오류/콩코드 효과(concord fallacy, concord effect)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매몰비용의 영향을 조사한 실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질문지를 사용하여 항공회사의 경영자로서의 판단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어떤 항공기를 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하고 있는 중에 다른 회사가 동일한 종류의 항공기를 이미 완성시켰고 그것은 자사가 만들려고 하는 것 보다도 성능이 좋고 가격이 싸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그 단계에서 남은 예산 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항공기를 완성시킬 것인가 어쩔 것 인가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실험에서는 두 종류의 시나리오를 사용했습니다. 매몰비용이 있는 시나리오 A는 사전에 900만 달러를 항공기 제작에 투입하였습니다. 한편, 매몰비용이 없는 시나리오 B는 제작에 아직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는 제작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결과는 투자하겠다고 대답한 것은 시나리오 A의 경우 약 85%, 시나리오 B의 경우 약 17% 정도로 이미 투자를 해 온, 즉 매몰비용이 있는 쪽이 5배나 높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 후의 추가 실험에서 제작을 계속한 다음의 성공 전망을 조사해보니 시나리오 A에서는 성공확률을 약 41%로 예측하고, 시나리오 B의 경우는 약 34%로 나타나 시나리오 A, 즉 매몰비용이 있는 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요?


왜 매몰비용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이미 투자한 비용의 유무가 앞으로 발생할 비용의 의미를 다르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1,000 원의 상품이 50원 가격 인상될 것이라고 들으면 큰 차이를 느낍니다만 10만 원의 상품이 500원 가격 인상된다고 들어도 별로 크게 인상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은 50원과 500원의 가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판단합니다. 


 그 때문에 새로운 비용을 부담한다고 할 때 이미 매몰비용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용의 부담을 적게 생각하여 그 새로운 비용을 받아들이기 쉽게 됩니다. 이것은 금전만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사람은 사건이 발생할 확률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매몰비용 있는 상태에서 계획을 중단하면 과거의 투자가 확실하게 낭비가 되고 맙니다. 그 때문에 계속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아도 그것을 높게 평가하여 계획을 밀어붙이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때부터 교육받았던 ‘낭비하지 마라’라는 규칙도 원인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매몰비용 효과는 어린이 보다도 어른에게 자주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것은 ‘낭비하지 마라’라는 규칙을 어른이 될수록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종의 휴리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휴리스틱(heuristics) 또는 어림짐작, 발견법(發見法): 불충분한 시간이나 정보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보다 용이하게 구성된 간편 추론의 방법. 이 매거진의 많은 항목이 이 휴리스틱의 종류에 해당됨.


만약 매몰비용이 없다면


 매몰비용 효과는 금전적인 문제 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나 일의 지속 여부 등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헤어지고 새로운 만남을 선택하기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때는 ‘만약 과거에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여기서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매몰비용의 영향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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