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한 후,
나의 삶은 다시금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지점 폐점이라는 뼈아픈 실패를 겪고 나서, 나 스스로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류 오더 플랫폼이라는 낯선 분야,
스타트업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은 나에게 또 다
학습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다가온 변화는 오랜만에 '직장인'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인카금융서비스 지점장 시절, 나는 20명이 넘는 팀원을 이끌며 세일즈 전략을 짜고, 팀원을 채용하고, 조직문화를 만들며, 비용과 매출을 예측하고
후배들을 코칭하는 등 마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듯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만큼 모든 성과와 실패가 오롯이 나의 몫이었고, 늘 불안감에 쫓기는 듯한 질주를 이어갔다.
반면 여기서는 사업제휴 리드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전체 운영의 막중한 책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내 역량을 특정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쌓아 올린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전체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느낌, 그리고 불확실성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은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았다. '주류는 집으로 배송 불가(전통주 제외)'라는 규제 속에서 요식업장 등 다양한 산업과 대규모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이 집 근처에서 주류를 픽업하도록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은 시장 검증이 필수적이었다. 나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양한 기업들과 B2B 파트너십을 선제안하며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프랜차이즈 매장 150곳과 사업 제휴를 체결하고, 공유오피스, 면세점 등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매출 채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물류 관련 스타트업과 MOU를 체결하고
물류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각 파트너사들과 공통의 목표를 수립했다. 단순히 제휴를 맺는 것을 넘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매주 WBR(Weekly Business Review)을 진행하며 정량적으로 측정된 결과를 꼼꼼히 리뷰했다.
초기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4,000명에서 7,000명으로 끌어올리는 등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Revenue share가 기반이 된 Co-work 시너지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 파트너사의 매출이 늘어나고, 그들의 매출 증대가 다시 우리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와 브랜딩효과가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파트너사와 함께 성장하며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과정이었다.
무엇보다, 과거 조직 매니지먼트에서 놓쳤던 ‘정서적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폐점의 아픔은 리더십의 3요소 중 능력에만 치중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이제는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새로운 방식의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감 속에서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직장인의 삶은 그렇게 순항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