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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물고기 Sep 27. 2024

나만의 붓 한 자루

민화에서 백모필 만들기 체험까지



백모필(白毛筆)
양털로 필촉(초가리)을 만들어 필관에 꽂아 글씨나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붓


9월 한 달 동안 서울무형유산 교육장에서 붓 만들기 체험을 했다.

붓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건 민화를 그리면서 쓰는 붓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다. 좋아하면 알고 싶어지는 법!


민화를 그릴 때에 채색붓과 바림붓과 세필붓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세 자루였던 붓은 어느새 11자루로 늘었다. 쉽게 말하자면 대, 중, 소 사이즈로 나눌 수 있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붓마다 각각 호수가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세필붓은 선을 칠 때 사용한다.

밑그림을 본뜨는 선의 굵기가 일정하고 정확해야 본그림도 잘 그릴 수 있어서 처음엔 선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채색붓은 말 그대로 그림에 채색을 할 때 사용한다. 작은 그림엔 가는 붓이, 큰 그림엔 큰 붓이 필요하다.

붓의 질과 굵기에 따라서 그림은 달라진다.


바림붓은 바림을 할 때 사용하는 붓으로 채색붓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해도 되겠다.

바림의 실력에 따라 그림은 아름다워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민화 한 작품을 그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두 달에서 석 달 정도이다. 그림에 따라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다. 매일 그린다면 더 빨리 완성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는 일주일에 7시간 정도씩 그린다.


이번에 완성한 궁모란도는 820*450 사이즈로 8월 1일에 본그림을 그렸고 9월 23일에 완성했다. 꽃씨는 나를 표출하는 것이니 마음대로 그리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자유롭게 찍어보았다.


일정한 굵기로 세밀하게 그리기


전체적으로 채색을 한번 하고 바림하기


잎맥과 시든부분 채색하고 나뭇가지 바림, 테두리 그리기


모란꽃 바림하고 나무 결그리고 태점찍고 바닥 칠하기


꽃씨 찍기


민화를 시작하고 처음에 그렸던 그림보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면 정말 뿌듯하다.

민화를 그리는 시간은 언제나 마음이 순해져서 좋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많이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생각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만 많고 따분한 것보다는 취미가 많은 게 더 좋다.


다음 작품은 책거리를 그린다.

책거리는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그림이다.  '책'은 책(冊)을, '거리'는 대상이나 소재임을 의미한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행하였으며 왕에서 서민까지 전 계층의 사람들이 향유했던 그림의 종류로, 책과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선의 문화를 보여준다. 책가도(冊架圖), 문방도(文房圖)라고도 한다. <출처;위키백과>
이응록, 1864-1872
19세기 후반에 6첩 병풍으로 그려진 책거리
이번에 그릴 그림


붓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필기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붓에는 권력에 맞서 바른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선인들의 기개가 들어 있으며 시와 그림을 즐기는 그들만의 멋과 기품이 녹아 있다. 이러한 붓을 제작하는 장인인 필장은 그러한 선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붓 매기를 하는 동안 정성을 갖고 전통적인 방법과 재료로 더 좋은 붓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붓은 동물털과 대나무로 만든다. 털은 염소털(양모필), 주수염(서수필), 노루 겨드랑이털(장유필), 소귓속털(우모필), 족제비꼬리털(황모세필) 등이 있다.

그중 백모필은 주로 염소털을 이용해 만드는 붓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가량 된 어린 숫염소의 털을 최고의 재료로 친다. <백산필방 카탈로그 중>


서울무형유산문화재 제5호 백모필장 전상규 선생님께 수업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열정과 자부심이 가득한 장인의 포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전상규 필장님 출연 영상분
흰염소털을 무한반복 가지런히 정리하고 또 하고 빗질
가지런히 모은 털
털을 묶어준다
붓대에 붓발을 끼우고 풀먹이기
달군 송곳으로 붓대끝에 구멍을 내고 그을려 무늬를 만들고 밀랍을 바르고 헝겊으로 문질러 닦은 후에 끈끼우기

전통붓의 종류

한문, 한글, 사군자, 민화, 채색, 산수, 한국화, 불화, 선, 사경 등


필장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인 붓을 만드는 사람 또는 기술을 말한다. 붓은 털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첨(尖)·제(濟)·원(圓)·건(健)의 네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붓끝이 뾰족해야 하고 가지런해야 하며, 털 윗부분이 끈으로 잘 묶여서 둥근 것, 오래 써도 힘이 있어 한 획을 긋고 난 뒤에 붓털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붓털의 재료

염소(백모)·여우·토끼·호랑이·사슴·이리·개·말·산돼지·족제비등의 털이 사용되며, 붓의 대는 대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제작 과정은 우선 털을 고르게 한 후에 적당량을 잡아 말기를 한다. 털끝을 가지런히 다듬는 ‘물끝 보기’ 과정을 거친 뒤 대나무와 맞추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등의 모든 과정은 100여 번의 손이 가는 고단한 과정이다.


백모필

주로 염소털을 이용해 만드는 붓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된 어린 숫염소의 털을 최고의 재료로 치는데, 이번 공개행사에서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필장 중 백모필을 제작하는 전상규 보유자의 기술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상규 보유자는 필장(백모필)의 기술을 보호하고 전승하기 위해 2018년 1월 11일에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내가 만든 것은 백모필 중 세종필이라 하는 것인데 세종대왕이 남긴 글씨를 보고 붓의 굵기, 유연한 정도(유심과 무심 등) 그리고 그 시대에 사용가능한 붓의 재료를 추측 후 연구해서 붓을 제작하였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그 의미를 담아 세종필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붓 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다면 백산필방으로 가면 된다. 지속적으로 필장님의 전수자가 배출되어야 백모필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이런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과정을 통해 한 자루의 붓이 만들어진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색다른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것을 몸소 만들며 느껴보는 시간은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고가의 청솔모털로 만든 붓과 칡붓 등 진기한 붓이 많아서 한참을 구경하고 써보았다. 욕심이 나서 민화에 쓸 붓도 몇자루 업어왔다


<<함께 보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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