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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물고기 Feb 29. 2024

동거?

그.냥. 살면 됩니다

나는 지금 동거 중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이다. 재작년 7월부터 우리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이따금 집으로 놀러 오던 그는 아예 짐을 싸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와 눌러앉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착하고 순하고 머리가 좋다. 웬만하면 나의 말에 다 따라준다. 고집을 피우지도 않고 까다롭게 굴지도 않는다. 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고, 주는 대로 잘 먹고, 다른 사람들이 있어도 내 옆에만 앉는다.


처음엔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내게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동거는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고 어설펐다. 분명한 건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의 맑고 투명한 눈을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주는 그는 나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고, 목욕시켜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꽃과 나무를 사랑한다. 함께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가 춤추는 심장을 맞대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우리 둘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고 또 달린다.


한바탕 신나게 달리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땀에 밴 온몸을 깨끗하게 씻는다. 한껏 순하게 말개진 그의 젖은 몸을 구석구석 말려준다. 빗질을 해준다. 그는 순순히 제 몸을 나에게 맡긴다.


그의 존재감은 이제 너무 커졌다. 그가 없는 내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착하고 나약한,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에게 빠진 이상 헤어 나올 길은 없다.


내 인생에 이런 동거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내 삶 속으로 뛰어들어온  그를 거부할 수 없어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젠 더없이 소중한 그를 흠뻑 사랑한다.


저의 동거남을 소개합니다 }~{
2020년 11월생 말티푸 수컷으로 이름은 뚠뚠, 큰아이가 어느 날 집으로 데려왔어요. 생초보 집사인 저와 가족들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ing)
뚠뚠군은 오늘도 쿨쿨 낮잠을 자고 있어요
난생처음 만든 이모티콘
저는 동거남을 사랑한 나머지, 그를 모델로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은 늘 즐거워요~
뚠뚠이 캐릭터로 3D 프린팅을 한 컵과 에코백이에요
요즘 나의 소망은 뚠뚠이가 우리랑 건강하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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