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면 됩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냥 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쉬이 써지지가 않는 것이 문제다. '글쓰기? 그냥 쓰면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쓰지 않으면 미루게 되고 미루다 보면 멀어지고 그러다 보면 쓰지 않게 된다. 책장 한켠,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지난날의 일기장처럼...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에서 500자 쓰기로 주 5회, 한 달에 12회 이상 쓰면 책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 평일 새벽 6시에 글감이 주어지면 그날 자정 전(11:59)까지 글을 써서 올리고 밀린 글은 올릴 수가 없다. 무조건 그날의 글감은 그날 글로 써져야만 온전한 것이 되어 살아남는 것이다. 글 고치기는 글감을 받은 그 주의 금요일 자정 전까지만 가능하다.
처음엔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막막하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지도 않고, 쓴 글을 고치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의 일과처럼 자연스러운 패턴이 되어갔다. 잘 써지는 날도 있었고 한 줄도 써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석 달을 꼬박 이어 써서 책 세 권으로 태어났다. 쓴 내용을 보면 참 사소하고 별 것 없지만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혼자 쓰기 힘들어하던 내게 이런 공간의 존재는 더없이 고마운 것이었다.
혹자는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가면서 쓰는 게 무슨 짓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나는 쓰고 싶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쓴다고,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쓴 글이 활자가 되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읽는 기분은 A4용지에 프린트해서 보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손바닥만 한 책이 참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 표지만 봐도 애인 보듯 설렌다. 서툴고 부족한 글이지만 내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일전에 친구에게 내 책을 한 권 선물했다. 그날 내가 순식간에 ‘작가’가 되었다는 얘기는 둘만의 비밀이다.
요즘은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돈을 내야 쓰는 습관이 몸에 밴 걸까?ㅋ 이것저것 하다 보면 제일 먼저 밀려나는 게 또 글쓰기가 되니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 쓰는 것도 어렵다. 밥먹듯이 글을 써보고 싶다. 내게 그런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기 어려운 날에는 캘리그래피를 한다. 한 줄이라도 쓴다. 필사라도 해본다.
나에게
글쓰기란
나 자신과의 대화이고, 내 삶의 기록이고 거울이다.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