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안개와 같다

마주하면 흩어지는

by 이말리
당신은 두려움의 정체를 아는가?
나는 오랫동안 그것이 거대한 벽이라고 믿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두려움 앞에서 멈춰 서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어느 안개 낀 새벽길에서, 나는 전혀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는 알고 있다.
두려움의 진짜 모습을.


두려움은 안개와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 멈춰 서게 만드는 불안감. 하지만 한 발 내딛는 용기만으로, 그 두려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새벽 중산간 차로에서 안개를 만난 적이 있다. 순식간에 세상이 온통 하얀 벽으로 둘러싸였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고 끝내 멈춰 섰다. 안개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익숙했던 길도, 늘 보던 나무도, 심지어 라이트가 비추는 바로 앞의 차선조차 희미해졌다.


두려움도 이와 같다. 갑작스럽게 찾아와 내 시야를 가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 실패에 대한 걱정,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짙은 안개처럼 몰려와 길을 잃게 만든다. 그 순간 나는 움츠러든다.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애써 용기를 내어 한발 가까이 다가가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개와 두려움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다. 실체가 아니라는 것, 내 마음이 만들어낸 벽일 뿐이라는 것. 안갯속에서 멈춰 서 있으면 그 하얀 벽이 더 두껍고 견고한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답답함은 커지고, 불안은 증폭된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피하고 회피할수록 더 거대해 보이지만, 정면으로 마주하면 생각보다 허무하다.


나 역시 두려움 앞에서 망설이는 모든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완벽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보는 사람, 실수와 떨림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 내가 처음 강의를 하기 위해 대중 앞에 섰을 때, 밤새도록 긴장하고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막상 무대에 서니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누군가의 작은 미소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처음 알았다. 객석에서 건네온 따뜻한 시선과 미소, 그리고 조용한 응원이 내 안의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냈다. 두려움은 여전히 내 곁에 머물렀지만, 그 미소 하나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준비했던 모든 것이 사라진 듯했지만, 진심을 담아 떨리는 목소리로 솔직하게 고백했을 때, 그 순간부터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후 강의는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청중과의 거리도 점점 좁혀졌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진심이 전해졌고, 마지막에는 "처음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것은 실제로 내 앞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낸 안개일 뿐이다. 안개는 바람이 불면 흩어지고,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걷힌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작은 행동이라는 바람만 불어도 흩어지고, 용기라는 햇빛만 비춰도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멈춰 서지 않는 것이다. 안갯속에서도 천천히, 조심스럽게라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한 발 내딛고, 또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안개를 뚫고 나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 내 안의 안개가 조금 걷혔다. 그리고 나는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믿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 그것이 두려움이라는 안개를 걷어내는 바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안개 앞에서 망설일 때가 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안개가 내가 만들어낸 것임을, 한 걸음만 내딛으면 조금씩 걷힌다는 것을. 완벽한 용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작은 용기면 충분하다.


두려움은 안개와 같다. 다가가면 사라지는 것. 나는 오늘도 그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완전히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안개는 찾아온다. 내일도 나는 또 다른 안개를 만날지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그 안개 너머에 길이 있다는 것을, 안개는 안개일 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처음으로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내딛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사람은 아직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한 걸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