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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이즈프리 Sep 01. 2024

사업계획서 하나만 보고 시작한 스타트업 창업멤버의 삶

*나에게 쓰는 일기와 같은 느낌으로 작성된 글이기에 반말 형태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해당 사업을 같이 하기로 내가 결정한 이유는 명확했다.


첫 번째. 내가 당시 관심이 많고 흥미가 있었던 서비스 업종이었다.

두 번째. 서비스의 형태가 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었고, 이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할 때였다.   

세 번째. 이미 정부 지원금을 5,000만 원 받은 상태였고, 그것 또한 사업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나름 확고한 명분을 바탕으로 나는 여행 플랫폼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스타트업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


결론만 먼저 얘기하면, 나는 딱 1년 3개월을 다닌 후 그 회사를 퇴사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개월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내가 확고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앱기반 플랫폼을 하고 싶었다고만 했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경험 또한 없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고 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것 또한 개인적으로 지인의 도움을 받았지만, 언제까지 지인 찬스를 쓸 수만은 없었다)


역량부족은 여기에서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작은 규모의 회사를 다니며 영업, 기획, 마케팅을 모두 찍먹 했었던 나였기에,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마케팅의 영역은 너무 딴 세상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정부지원금이 있었기에 광고대행사를 썼지만, 대행사에서 언급하는 ROAS 등의 광고 지표 등을 처음 들었을때는 잘 이해하지도 못했다.


두 번째. 대표님과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방향성이 달랐다. 

이전 글을 읽어봤다면 느꼈겠지만, 나에게 창업제안을 했었던 사람 역시 내가 인턴을 했었던 중견기업의 과장님이었고, 이 말은 즉슨?

이 분 또한 해당 산업군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는.. 전혀 없는 분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서비스의 방향성은 당장 돈이 벌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일반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중요한 여행 플랫폼인데도 불구하고, 초기 서비스는 계속적으로 정부사업에 치중되어 있었다.


사실 정부사업의 결과는 좋았다. 당시 대표님이 중견기업에 오랫동안 근무를 했었기에 여러 정부와 업무를 한 경험도 많았고 그 부분에 대한 연륜도 상당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때마다 우리 서비스 또한 그들에게 맞춰진 서비스로 변형이 되어갔다. 정부 지원금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변경했고, 그들에게 성공적인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MVP 모델을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언론보도를 배포했고, 심지어는 정부 기관 담당자가 연령대가 높다는 이유로 필요 자료들을 전부 수기로 만든 적도 있다. 


결국 나는 1년 3개월 만에 회사를 퇴사를 했다.



[올라운더가 되고 싶어 참여한 부트캠프]


퇴사 이후,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쌓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부트캠프에 들어갔다. 약 3개월 동안 일 8시간의 강의를 들으며 짧고 굵게 부트캠프를 수료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플랫폼 기반 회사에 퍼포먼스마케터로 취직을 했다.


이때만 해도 이제 내 커리어는 점점 더 단단해질 거라 생각했다. 사실 취업 또한 매우 수월했다.


해당 회사는 내가 너무 가고 싶었던 포지션이었는데, 이유는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매체들을 직접 핸들링할 수 있다는 점 (인하우스 경우에 핸들링을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 회사 규모가 150-200명 사이라는 점, 위치 또한 강남권이라는 점, 마케팅 인원만 12명이 있다는 점등이 나에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서류 면접과 1차, 2차 면접을 무난하게 통과했고 퍼포먼스마케터로서 처음 면접을 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합격을 하며, 나는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나 자신이 너무 뿌듯했고, '그래 나는 공부도 잘했고 일도 잘했었잖아. 이제 이 길로 가면서 쭉쭉 커리어업하며 성장 해야지'를 다짐했다.


이곳 역시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모든 회사가 힘든 점 없는 회사는 없고, 이상한 사람 없는 회사 또한 없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회사를 다녔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나를 좋게 봐줬고 '일 잘한다. 사람 잘 뽑았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회사를 다녔다.

'나만 일 열심히 하면 되지, 누가 퇴사하던 나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퇴사한 회사]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가 왔다. 바로 회사 측의 경영악화였다. 160여 명의 규모였던 회사가 60명이 되어버렸다. 12명의 마케터 팀원들이 5명이 되어버렸다. 나는 다행히 마지막까지도 살아남았지만, 내가 의지하고 존경했던 우리 팀의 팀장님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좋지 않은 회사 분위기와 매일이 다르게 없어져가는 동료들.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아 누구도 우리 팀원과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아닌 존버를 목표로 하며 매일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가는게 너무 싫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때우지? 마케터 모두가 'ROAS가 작년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선방한 거지..!' 를 말했다.


회사를 다니며 내가 만일 퇴사한다면 난 뭘 할 수 있을까?를 적어봤다.


하루 8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당시에도 이미 인스타 계정 1개와 블로그 1개를 계속 운영하고 있었고, 이 두 개 계정을 조금 더 브랜딩 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2년 2개월 만에 다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8시간이 아닌 12시간도 모자란 프리랜서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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