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두 뺨이 아릿하도록 스쳐 지나는 차가운 산들바람은 지난겨울의 아쉬움이자 미련이요, 새롭게 찾아온 봄의 페르소나이다.
우리는 매 순간, 타인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선택할 수 있기에. 나는 포근한 사람으로 기억 속에 남고 싶기에.
겨울은 위로로 다독이고, 봄에겐 반가운 인사로 두 팔을 벌려 맞이해야지.
나를 빗겨주는 고양이의 쓰라린 혓바닥의 보은처럼, 선의를 행하고자 건넨 내 욕심의 위로가 누군가를 아프게는 하지 않았는지, 세운 발톱이 당시 내 생각보다 더 날카롭진 않았는지.
겨울을 돌아보고 봄에게 다짐해야지. 봄이 다시 겨울에게 전해 줄 테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햇살이 부서지는 강변보다는 봄내음이 풍만한 산에 올라가야겠다. 강변에는 자신들의 삶을 찬양하는 존재들 뿐, 봄을 찬양하는 새 생명들로 가득한 산으로 가야겠다.
산 지천에 깔린 꽃들 속에서 향기로 머리가 아득해지도록 봄의 활력을 숨 쉬고 와야지.
곧 겨울이 지겠다.
봄은 겨울의 아쉬움과 미련을 이해한다.
겨울은 성실한 봄을 원망하지 않는다.
봄은 겨울의 무거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어온다. 겨울이 미안해하지 않게.
곧,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