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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헤아릴 수 없는 밤(탁한 하늘 탓에)

<잠 못 드는 밤, 빨래를 돌리고>

by 김해룡

인간의 과학기술의 발달이 과연 인간의 진화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진보일까.

짧은 시간 동안 환경의 변화로 동물들의 먹을거리가 풍족해지고 삶이 윤택해져 개체수가 늘어나 생존방식에 변화가 생긴다면,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것도 자연선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삶의 질의 변화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과학기술의 발전 또한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듯하다.
돌칼을 쓰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이 사용하는 뇌의 운영체제와 사용량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들이 새끼에게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사냥방법을 가르치듯 그저 현재에서 살아남는 법을 대물림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일 뿐, 진화라기보다 최적화 업데이트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한, 진화된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아니, 애초에 인간에게 진화라는 단어사용이 맞는 걸까? 위버맨쉬라 해야 하나?
생존을 위한 임기응변의 연속이 진화라고 한다면, 편의를 위해 과학적, 산업적인 발달을 계속해서 개척해 가는 인류는 생명의 위협이 없이는 더 이상의 진화란 없는 것일까?

점점 더 차갑게 빨라지는 과학의 진보속도를,
인간마음의 온기는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가 보다.

대체로 겁은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고들 하지만, 내 생각엔 잃을 게 많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꼭 나 같은 사람들이 겁이 참 많은 듯하다.
그래서 난 진화된 사람과 마주칠 미래가 너무나도 무섭고 벌써부터 걱정되기에, 내 생 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래본다.

오늘도 퇴근 후 빨래를 돌려놓고,
고요한 적막 가운데 웅성거리는 머릿속의 상념들에 이끌려 여기저기로 둥둥, 부유하며 떠다니고 있다.

밤공기가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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