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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룡 Jul 28. 2024

파묘

영화리뷰

파묘를 뒤늦게 보았다. 그것도 이틀 동안 세 번. 영화 좋아한다는 놈이 파묘를 왜 이제야 봤냐고? 할 말 없다. 파묘가 개봉할 당시 방황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파장의 영향권에 있다.(11년간 동거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사실, 서로를 놓아줬다는 표현이 맞다. 각자 친구가 없기에 서로 제일 친한 친구로 가끔 만난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와 <검은 사재들>을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오컬트 물의 불모지인 한국에 김은희 작가님과 나란히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릴 수 있는 뚜렷한 노선의 감독 이시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영화의 작은 요소에 지나지 않았던  [반전]이라는 장치를 예술의 경지로 올린 것처럼.

파묘를 처음 봤을 때와, 세 번째 봤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세 번째 볼 때는 처음 봤을 때의 감동(아니, 이 배우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셨는가)은 덜 했지만, 큰 틀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재현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숨은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던 거다.

장재현 감독은 경북 영주 출신, 나는 부산 출신이다. 6.25 사변 때의 이야기나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경상도 출신들은 많이 듣고 자란다. 급성장한 대한민국의 요즘으로선, 잘 나가는 셀러리맨의 어려웠던 성장기쯤으로 치부되겠지만. 나보다 4살 형님이신 장재현 감독은 불과 100년 전의 실화임을 잊지 않고 영화 곳곳에 녹여 놓은 듯하다.

파묘는(지금도 OTT에서 흥행 중이라 스포일러에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신앙에 치우친 영화로만 보지 않으시길.

캐릭터 소개를 극 중 캐릭터 자신들에게 맡기는 게 흥미로웠다. '나는 무당 이화림이다.', '나는 지관 김상덕이다.', '저 대통령 염하는 고영근이에요.'등. 근데 이도현 배우가 연기한 봉길은 그런 멘트가 없다. 왜냐구? 감독이 캐릭터 이름으로 다 말했다. 윤봉길.

김상덕의 딸이 독일 남자와 결혼을 준비 중인 것과, 일본의 다이묘를 등장시킨 것, 관에서 나온 '존나 험한 것'의 주인공인 할아버지가 친일파로 밝혀지는 부분. 역사적인 면에서 전범국가인 두 나라가 등장하고, 극 중에는 심지어 '만 명의 머리를 베어 신이 되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태평양 전쟁부터 중일 전쟁, 일제 강점기까지 일본은 아름답게만 미화되어 온 사무라이 문화의 정신적 후유증을  신문 1면에 대서특필까지 하면서(중일 전쟁 당시 실제로 일본 신문사는 두 일본장교의 중국포로 머리 베기 숫자로 레이스를 벌였었다.) 군인들의 칼춤을 환호했다. 독일의 1차, 2차 세계 대전 역시 국민들의  광기에 가까운 환호가 없었다면 일어나기 어려웠을 사건이다. 역사와는 관계없고 민족의 설움이 녹아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결국 딸의 결혼식에서 영근, 화림, 봉길이 친인척 사진을 함께 찍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독일은 전 세계에 용서를 구했고 전범 주축들을 색출해 재판대 위에 올려 합당한 벌을 받게 했다. 일본은 여전히 본인들의 악행을 부인중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없다. 출연진 모두가 주연인 듯 조연이다. 감독의 저의가 주인공이기에.

나는 이런 감독들이 좋다. 자신의 의중을 이런 식으로 스마트하게 표출하는 예술가들. 이게 바로 예술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느낌이야 말로 우리가 장재현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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