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터오는 조용한 이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밤 사이 휘몰아치던 폭풍우와 집채만 한 성난 파도들도
온화한 달빛에 모두 진정되어 아련히 스러지고,
고요한 광명이 포근한 솜이불처럼 온 대지를 찬찬히 덮는 이 시간.
어제의 그 고뇌는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었던가.
공포로 흘렸던 눈물은 그저 두 눈에 말라붙은 딱지로만
그 부끄러운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침묵하는 아침햇살만이 이마 위에 맺힌 식은땀과
잠이 깬 꽃잎들의 이슬을 서둘러 훔쳐 달아날 뿐이다.
지난밤 꿈을 억지로 기억하려 애쓰는 나를 꾸짖고 타이르며
고개를 들어 지금을 똑바로 본다.
어제를 과거에 놓아줄 때,
비로소 새로운 오늘이 시작된다.
나는, 더 눈이 부실 오늘을 당당히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