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카페 로망
며칠 동안 계속 비가 내린 후,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본 순간 나는 다짐했다. "오늘은 꼭 카페에 가야지!"라고. 나는 커.알.못이나 카페를 사랑한다. 카페를 고를때 커피보다 공간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달까? 그런 내가 한동안 프랜차이즈 카페만 다녔으니 얼마나 카페 여행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 근질 했는지 모른다.
고심끝에 오늘 나의 선택은 "TYPE, 타이프 삼청" 이다.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22-9
- 영업시간 : 평일 -11시 ~ 21시 / 주말 -10시 ~21시
- 메뉴 : 필터커피-6,000원 / 비엔나커피 - 7,000원 등 커피, 티 등
날씨가 좋은 날, 나를 이끄는 동네는 삼청동, 북촌, 익선동 등이 몰려있는 종로다. 이런 날씨엔 좀 더 인간적인 스케일에 끌리는데 특히나 한옥 카페가 참 좋다. 그래서 종로는 늘 나에게 보물찾기하는 곳이다.
앱을 켜고 오늘 가볼 카페를 물색하는 시간. 그 시간이 행복하다.
여길 갈까? 저길 갈까? 고민하는데 오늘도 역시 내 눈을 사로 잡은 카페는 한옥카페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한옥과 크림색 페인트, 그리고 초록색 팜파스가 나를 사로잡는다.
한옥 카페가 주는 매력은 늘 오묘하다.
완전 전통 한옥의 느낌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한옥 카페들은 완전 전통 한옥 카페라기보단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태어난 한옥들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한옥은 다양한 매력을 담아서 더 좋다. 뭔가 내가 내 느낌을 입혀서 생각할 수 있달까? 나는 그런 공간에 호감이 간다.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태어난 한옥 카페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만난 TYPE, 타이프는 절제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이곳이 서울 한복판이라는 생각을 잊게 해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빛이 탐스러운 곳이다. 날씨도 좋지만 실내로 쏟아지는 빛에 먼저 반해버렸다.
한옥 카페다보니 규모는 좀 작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마당을 쪼개서 따로 작업 공간을 지었고, 좁아진 마당을 다 드러내기보다 키가 큰 갈대, 팜파스를 심어 뭔가 저 너머에 더 공간이 있을 것같은 기대감과 상상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리라. 이런 공간은 즐겨줘야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로 가는 길,
왠지 그 짧은 길이, 이 TYPE란 공간 속에서 또다른 여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공간의 크기와 작음은 상관이 없다. 다만 그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떤 느낌을 주고 싶은지가 늘 나는 궁금하고 그 이야기와 느낌이 알고 싶어 카페에 간다.
이런 공간에 오면 커피 맛에 관대해진다. 으레 이런 곳은 커피 맛이 아니라 분위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까지 맛있다면! 그날의 카페 투어는 매우 흡족해진다. 함께 간 남편에게도 왠지 어깨를 으쓱하게 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깔끔한 맛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필터 커피 한잔과 이곳의 시그니쳐인 비엔나 커피. 그렇게 두잔을 시켜본다. 두 커피의 맛은 완전 다른 듯해도 하나의 결이 있었다. 이 날 나를 사로잡은 커피는 비엔나였다. 하긴, 그렇게 파란 하늘과 하얀 공간, 초록색 팜파스가 있는 곳이라면 의당 부드러운 비엔나 커피가 더 땡기는 법이지.
커피 한잔의 사치가 내 마음과 오감을 만족시키자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다른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다들 이 맛있는 커피를 드시고들 계신가?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은 크게 시끄럽지도 않은 소음을 만들어내며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 이런 날, 이런 곳에선 기분좋은 소근거림이 필요하다. 나도 가져간 책을 덮고, 펼쳐놓은 다이어리를 닫고 남편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본다.
"여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