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정희 별별 Sep 27. 2021

청수당(靑水堂) 공명, 카페에서 만난 나의 외딴섬

-별별 카페로망

 가을은 하늘빨이라고 했던가! 이런 하늘이 펼쳐지는 날에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그것이 이런 날씨를 선물한 하늘에 대한 예의랄까? 하늘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나는 일탈을 결심했다.


하필 이런 날씨에,

하필 나는 혼자이고,

하필 내가 지금 시간이 된다는 것.


 그 대단한 우연이 마주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오늘의 목적지를 운명에 맡겨보기로 한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오늘의 버스는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까?


 버스는 나를 홍대에 내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연트럴 파크를 지나 연남동 가장 깊숙이 숨어있는 '청수당 공명'을 오늘 나의 운명 상대로 결정했다. 그렇게 나는 운명에 기대어 청수당 공명으로 향했다.




 

*청수당(靑水堂) 공명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52

- 영업시간: 매일 10시 ~21시

- 메뉴 : 말차우유-7,000원 / 스톤드립커피 5,800원 / 딸기수플레카스테라 18,000원


 처음 청수당을 알게 된 것 익선동에서였는데 이제는 제법 여러 곳으로 청수당 지점이 생겨났고 청수당 연남점은 '청수당 공명'이란 이름으로 얼마 전에 오픈한 곳이다.


 청수당의 매력 포인트는 여럿이나 특히나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좋다.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나는 번잡한 도시에서 물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진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운명이란 핑계로 도망쳐온 곳이 청수당이라 참 좋다. 핑계였지만 진짜 운명을 만났달까?


 사실, 청수당 공명은 익선동 청수당이 비하면 뭔가 신비로운 느낌은 덜하다. 익선동 청수당이 워낙에 완성도가 높은 공간이기에 얼핏 연남동 청수당은 익선동의 껍데기만 베껴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다만, 2층 물의 공명이란 곳이 이곳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이곳도 그냥 보면 바닥에 물이 잔잔히 있을 뿐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징검다리를 건너 나만의 외딴섬 같은 자리에 앉고 나면 아쉬움은 사라지고 이곳이 정말 운명같이 느껴진다.


 나의 외딴섬.

오늘 나는 청수당에 온 것이라고 하기보다 나만의 휴양지에 온 것이다. 내 주변으론 물이 둘러싸여 있어서 내 자리와 연결된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는 다가 올 수가 없다. 사람들과 나는 한 공간에 있는 듯 하나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그 점이 나를 꿈꾸게 하고 쉬게 한다.

 

  휴양지에 책 한 권, 끄적일 노트 하나를 가지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파운드 케이크를 앞에 두고 호사스러운 휴가를 즐기는 작가라도 된 기분이다. 왠지 모든 게 딱 들어맞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도, 잔잔한 물이 햇빛이 반짝이는 모습도, 목을 축이러 날아온 한쌍의 새들도. 모두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고 내 마음이 평화롭기 자리했다.

 그 외딴섬에서 나는 세상과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 느낌이 나를 오히려 채워주고 있단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실컷 끄적일 수 있었고 나만의 커피를 홀짝 거릴 수 있었으며 파운트 케이크의 단맛도 충분히 내 혀와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던 시간.

오늘의 일탈은 진정 운.명.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작가의 이전글 TYPE 삼청, 한옥 카페에서 만난 비엔나 커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