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차이

by 평생감사


내가 지낸 31년간의 법관생활은 항상 합리적이고 좋은 결론에 대한 고민과 부담이 함께 한 느낌이다. 그런 부담이 경력이 늘면 덜 해질 줄 알았는데, 50대 중반을 넘어서자 더욱 큰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제는 더 할 수 있는 열정과 힘이 부족하고 법원이나 당사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명예퇴직을 결심한 이유다.


그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건 기대도 되지만 다소 불안하기도 하다. 직업을 바꾼 지 어느덧 9개월이 훌쩍 지나간 시점을 되돌아보니, 다행히 이 분야에 적응도 되고 비교적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변호사로서의 고민은 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좀 창의적인 생각은 없는지, 무슨 유리한 자료는 없는지 등의 고민이나 부담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더불어 의뢰인과의 관계 맺기도 잘 되어야 하고 대외적인 소통도 꾸준히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와 같이 고민의 종류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재야생활의 고민과 부담이 법원에서의 그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고 지내기도 좋다. 아직은 긴장도도 떨어지고 정신적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더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인생 2막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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