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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Nov 29. 2018

<글쓰기가 뭐라고> 강준만

여태 읽은 글쓰기를 다룬 책과 다르다!

스타크래프트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다. 기본적 빌드 오더를 익혀야 게임다운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빌드 오더란 바둑으로 치자면 기본 기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본에 미달하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 '스린이(스타크래프트를 막 시작한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스타크래프트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는 역으로 기본 빌드 오더만 익히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상대방이 비슷한 실력이라면 머리를 쓰는 재미가 있고, 하수라면 이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로서 즐긴다면 스타는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아프리카tv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 개인화면을 통해 현란한 마우스 움직임, 병력 컨트롤을 자랑한다. 프로게이머 현역 당시 최고를 달리던 이영호나 김택용 등 정말 최고의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의 실력을 보고 그저 즐기면 그만인데, 사람 마음이란 게 또 그렇지가 않아서 욕심이 생긴다. '나도 이영호처럼 하고 싶다.' 그때부터는 게임이 게임이 아니다. '왜 나는 이영호처럼 APM(1분에 내리는 명령의 양, 높을수록 손이 빠르다)이 400이 안되지', '김택용은 한 번에 4군데를 컨트롤하던데' 그럼 그때부터 게임을 즐길 수 없다. 자책하게 되고 점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가 뭐라고>(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8)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글쓰기의 고통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 눈높이를 낮추면 '글쓰기의 고통'은 '글쓰기의 즐거움'이 된다.'(26, 27쪽) 강준만은 <글쓰기가 뭐라고>(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8)에 일반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썼다. 과욕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처음부터 김훈이나 헤밍웨이를 쳐다보면서 쓰니까 내 글은 볼품이 없어지고, 끝내 글쓰기에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눈높이를 낮추면 글쓰기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추어로서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든 글쓰기든 즐기면 된다. 이영호의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하되, 내 게임은 내 게임일 뿐이다. 아마추어로서 우리는 일꾼 몇 마리 늦게 뽑든, 가스를 좀 더 빨리 캐든 늦게 캐든 상관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김훈의 글은 읽고 즐기면 그만이다. 유시민의 책을 읽고 배웠으면 됐다. 그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한다. 명심하자. 그들은 프로고, 나는 아마추어다.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나은 점은, 즐겨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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