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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Nov 20. 2018

<양심 고백>

웹툰 <기기괴괴> 같은 책, 김동식

<양심 고백>(김동식, 요다, 2018)은 짜증 나는 책이다. 한 번 펴면 한동안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할게 많을 때 이 책을 잡으면 안 된다.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끝내 한 권을 읽어버린다. <양심 고백>은 김동식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다음 책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까지 총 5권이 김동식의 소설집이다. 김동식의 소설집은 10장 안팎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 20편으로 구성돼 있다. '에잇, 한 편만 더 읽고 공부하자.' 이 책을 쥐면 누구나 이렇게 될 것이다. 한 편이 두 편 되고 열 편 되고... 그렇게 나는 이제 마지막 편인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이무렇지도 않았다>를 읽고 있다.

<양심고백>(김동식, 요다, 2018)

김동식의 소설은 아주 독특하다. 예를 들면, 우주인이 지구에 방문해서 벌어지는 일, 인간이 악마와 계약하는 일, 청부 살인업자가 어쩌구저쩌구 하는 일... 하지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재미있는 스토리가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들의 행동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면서 읽는 사람에게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책의 뒷날개에는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긴 이야기'라고 썼다. 그렇다. 이 책을 정말 재밌고 유익하게 읽으려면 그저 훌훌 읽어 넘기기 보다, 한 편을 읽고 남는 여운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기기괴괴>라는 네이버 웹툰이 있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 파격적 결말, 짧은 분량으로 인기가 많다. 김동식의 소설집은 웹툰 <기기괴괴>와 닮았다. 독특하고, 재미있고, 짧다. 중독성도 강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똑같다. 몇몇 에피소드는 맥이 빠지기도 한다. 초반부터 결말을 예상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종종 만난다. 읽다 보면 이야기 진행이 점점 뻔해진다는 느낌도 든다. 너무 재밌어서 생각하지 않고 읽기만 하면 다 읽고 나서 허무하다. 그럼에도 <양심 고백>은 독자를 꼭 잡아두는 책이다. 스토리 전개가 시원시원하다. 쉬운 문장으로 상황을 단박에 설명해준다. 끝맺음에도 지지부진하지 않고 쿨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언론사 입사에는 작문이라는 시험 전형이 있다. 수험생의 창의력, 필력 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3분 뒤에 내가 있는 곳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경보가 발령됐다. 마지막 3분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동아일보)', '자신이 지금까지 직접 느낀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림에 담는다고 상상한 뒤 그 그림에 대해 쓰시오. (한겨레)' 같은 식이다. 수험생들이 가장 쓰기 어려워하지만, 그만큼 희소해 잘 쓰면 먹힐 수밖에 없는 작문이 픽션 쓰기다. 주제를 담은 짧은 소설을 써내는 방식이다. 작문 시험 시간이 1시간 내외인 만큼 웬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픽션은 어렵다. 언론사 작문 시험에서 픽션 쓰기에 관심이 있는 수험생들, 특히 PD 준비생들에게 추천할만하다. 김동식의 스토리 전개, 표현 방식을 익힌다면 언론사 작문 시험에서 픽션을 감히 흉내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감히 픽션 쓰기는 상상도 못 한ㄷ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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