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쳤다.
주말에 언론사 두 곳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언론사 필기시험에는 상식 시험도 있다. 이를테면 '유니콘 기업이란 무엇인가?'같은 물음에 답하는 형식이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한자를 써놓고 한글로 풀이하고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내 이름도 한자로 겨우 쓸까 말까 한 나는, 한자 문제는 건들지도 않았다. 난감하게도 지금 생각하면 아주 쉬운 문제들이 거기서는 떠오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뮤지컬이나 연극 중간에 쉬는 시간을 이르는 말'이라는 문제가 나왔다. 나름대로 뮤지컬을 즐기는 나는 인터미션이라는 말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시험지에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써놓고 왔다. 시험지 제출하기가 민망했다.
'FAANG이 지칭하는 기업들을 서술하시오' 토요일 상식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은 생각이 나는데 나머지 한 'A'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알리바바(Alibaba)가 떠올랐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죄다 미국 기업인데 갑자기 중국 기업이 들어간다고? 찝찝했지만 알리바바를 써놓고 시험지를 냈다. (정답은 애플이었다!)
좋아. 토요일에 낯설었던 문제들을 익히고 일요일 시험을 치렀다. 이런 행운이, FAANG가 또 나온 것이 아닌가. 근데 이상하다. F가 아니라 M이다. MAANG!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까지는 확실한데 M이라고?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저히 M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최근 떠오르는 기업일 것이며, 미국 기업일 것이다, 정도가 단서였다. M... M...ㅁ... 그때 어벤저스가 내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마블(Marvel)! 최근에 아이언맨, 어벤저스로 유망하지 않은가. 게다가 내년에는 어벤저스 4 인피니티 워 후속편도 나올 예정이다. 넷플릭스, 구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미국 기업이다. 이번엔 자신 있게 마블을 써냈다. (M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두 시험 모두 망쳤다. 그래도 괜찮다. FAANG과 MAANG은 평생 기억할 테니까. 다른 시험에서 마주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