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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Feb 15. 2024

"돈 얼마나 더 있니?" 엄마가 물었다

기자 아들 경찰 딸...엄마가 사기를 당했다①

1월 30일 오후 10시 35분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야근을 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돈이 얼마나 더 있니?" 엄마가 물었다.


"나? 갑자기 또 무슨 돈이야. 저번에 보내고 이제 거의 없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며칠 전부터 돈 있냐고 물어."


"아니, 급하게 쓸 데가 있어서 그래. 얼마나 되는데? 일단 몇백만 원이라도 오늘까지 보내줄 수 있니. 꼭 오늘까지 보내줘야 해."


"돈도 별로 없고,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보내줄 수가 없어."


엄마는 무슨 투자하는 곳에서 공모주 청약에 당첨이 됐는데 정해진 시각 안에 돈을 넣지 못하면 원금을 잃을 뿐 아니라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는 무슨 회사인지,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사기가 아닌지를 물었다.


엄마는 '그런 건 아니고 잘 아는 곳이야'라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통화 마지막에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미안해..."라고 했다.


500만 원을 보냈다.


엄마가 처음 '돈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은 1월 15일이었다. 월요일 오후 9시 40분 회사 내 팀 회식하던 중 받은 전화였다. 평생 엄마가 내게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큰 문제가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데? 얼마나 필요한데?" 내가 물었다.


"그냥 갖고 있는 돈 얼만지 다 말해봐. 한 몇 천 있니."


"있긴 있지. 근데 전세에 들어가고, 예금도 있고 주식도 있어. 대체 무슨 일인데."


"일단 남아있는 것 다 보내봐. 참, 너 출금 한도가 낮지? 일단 그거부터 풀어서 최대로 늘려놓고. 기한 못 맞추면 안 되니까 내일 당장 한도부터 풀어라. 그런 일이 있어.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았다.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그저 웃음으로 무마하며 '그런 일이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동생에게 전화해 '엄마가 혹시 돈 달라고 했냐'고 물었다. 동생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동생은 그러겠다고 했다.


회식이 끝난 무렵이니 오후 11시쯤 됐을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미진(가명)이네 아줌마 집에서 급하게 돈을 잠깐 막아야 한대. 1~2일 후면 해결되고 다시 돌려준다고 하던데. 별 일 아닌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미진이네 아줌마는 엄마와 10년이 넘게 알던, 내가 알기로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다.


다음날 500만 원이었던 출금 한도를 1천만 원으로 늘렸다. 1천만 원씩 2번, 2천만 원을 보냈다.


30일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일은 1월 31일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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