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나 피아노 쳤어

by 구하늘

“우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화면은 프론트엔드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실제로 기능을 처리하는 게 백엔드야.”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기초 개념부터 하나씩 알려주었다. 여행지에서 웃고 떠들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회계팀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필요할 텐데, 문득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궁금해졌다.


"근데 대학에서는 전공이 뭐였어?"
"나 피아노 쳤어."


...?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음대를 나와 지금의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다고 했다. 의사들이 음대 나온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의사와 결혼시키기 위해 음대에 보내졌다는 것. 학창 시절에는 늘 학업에만 몰두해야 했고, 엄마가 항상 차로 학교와 집을 오가며 데려다줘서 땡땡이도 칠 수 없었다고. 성인이 된 뒤에도 엄마의 간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단다.


그런 시간을 버티다 보니 점점 자신은 피폐해져 갔고,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건지,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되뇌며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독립만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 회사에 들어가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엄마와 타협을 하고, 그렇게 지금의 삶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엄마 입장도 이해는 해. 딸이 부족함 없이 잘 살기를 바랐을 테니까.

근데 나는 지금이 더 행복해.

앞으로도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마냥 철없는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해온 사람이었다.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진짜 잘 컸네. 기특하다"


그녀는 잠시 웃더니 무거워진 분위기를 털어내듯 말했다.


"그치? 그럼 다음에 한국가면 칼국수 사줘!"

"알았어! 만두도 사줄게!"


이때부터 우리는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도 하나둘 꺼내게 되었고,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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