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 우리 사귀자."
"진짜? 진짜? 너무 기뻐!"
시오리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방금 터진 웃음은 진심이었겠지만 이어지는 찰나의 정적 속에서 그 눈빛은 금세 길을 잃었다.
"...오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응?"
시오리의 얼굴에는 기쁨보다 더 무거운 무언가가 얹혀 있었다.
분위기가 더 어색해지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갑작스러워서 놀랐지? 지금 바로 답 안줘도 되니까 생각 정리되면 그때 말해줘.
오늘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게 놀자"
"...고마워"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강을 빠져나왔다.
그 뒤로 쇼핑도 하고, 카페도 들르며 그저 웃고 떠들면서 서울을 거닐었다.
다음날은 시오리가 여행을 즐기는 동안 나는 평소대로 출근을 하고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그래도 퇴근 후에는 매일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오늘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하루를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모습이 꼭 아침을 여는 참새처럼 귀여웠다.
귀국하는 날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공항까지는 가지 못하고 공항철도 타는 곳까지 배웅을 했다.
"조심히 가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알았어! 너무 고마워~ 도착하면 연락할게!"
지하철 문이 닫히고 열차가 멀어질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그녀를 잘 알지 못했을 때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것처럼, 시오리에게도 나름의 기준이 있는 거겠지. 오히려 마음을 전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한 구석이 묘하게 후련했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적막을 깨고 알림음이 울렸다.
시오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