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만개한 표정으로 달려오는데 있을 리 없는 꼬리가 보일 정도로 신난 강아지 같았다.
"오빠아아아!!!!!"
"아이고~ 오느라 수고했어~
배고프지? 밥부터 먹자."
"네! 좋아요!!"
공항을 나와 바깥 바람을 맞자 추위에 살짝 놀란 듯했다.
"춥지?"
미리 챙겨온 목도리를 목에 감아주었다. 시오리는 고맙다며 동글동글한 눈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품에 안아버릴뻔했지만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아직 우리는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그냥 친구'였으니까.
시간은 아직 새벽 6시. 이 시간에 갈 수 있는 식당은 몇 없다.
미리 알아봐둔 가게 중 시오리가 선택한 곳은 칼국수였다.
"칼국수 먹고 한강 가고 싶어!"
우리는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어딘가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러 식당에서도 벌써 음식을 내놓고 있었다. 칼국수가 나오자 시오리는 순식간에 국물까지 다 먹고 배를 통통 두드렸다.
"잘 먹네~ 많이 배고팠구나?"
"한국 음식 진짜 맛있단 말이지...
칼국수 사랑해~"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이리 귀엽게 보이는지.
나는 어느새 그녀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한강 갈까?"
이른 아침의 한강 공원은 운동하는 사람들의 활기와 대조적으로 고요했다. 강바람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레 말수가 줄어들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수록, 우리 사이의 공기는 정적을 넘어 묘한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사실 이번에 만나면 고백하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하루를 같이 보낸 뒤에 해가 지면 야경을 보며 마음을 전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어색한 침묵 속에 괜히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 말해? 참아?'
'지금 타이밍같은데?'
'고백해서 차이면 앞으로 남은 일정은 어떡해?'
'저녁까지 기다려?'
수많은 질문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순간.
억누르지 못한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시오리, 우리 사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