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시 골프장에 선다

못 치는 날엔, 내가 더 못나 보인다

by Nomad Inn

골프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처음 채를 잡았던 3개월 차 초보 시절엔
‘1년쯤 치면 드라이버며 아이언이며 정타로 쾅쾅 날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이버는 어김없이 우측으로 터지고, 아이언은 탑핑 아니면 뒷땅이다. 연습장 매트 위에서는 제법 곧게 나가는 샷이 필드에만 나가면 타이틀 리스트 머슬백 아이언처럼 냉정한 피드백을 안긴다. 미스가 날 때마다 내 실력은 그대로 들통난다.


그래도 골프는 너무 재밌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 될 땐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나는 왜 이것 하나도 제대로 못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 결혼생활에 실패한 이혼남이라는 현실까지 한꺼번에 덮쳐온다. 골프도 못치는데 회사에서 보스한테 깨지는 날이라도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 진짜 나가죽어야지’ 같은 소리가 속으로 새어나온다.


사실, 골프를 시작한 이유는 방황 때문이었다. 이혼 이후 모든 게 무너진 삶에서 뭔가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다. 처음엔 스윙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아도 좋았다. 몸을 움직이고 작게나마 공이 날라가는 모습을 보고 우울함이 조금씩 옅어졌다.

그리고 그 ‘조금’들이 쌓이며 조금은 살아낼 힘도 생겼다. 하지만 어느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못 치면 더 우울해지는’ 그 이상한 역설 속에서 오늘도 또다시 골프연습장으로 나선다.

하나라도, 정말 뭐 하나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이든,
사랑이든,
연애든,
골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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