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차[긴 여정의 시작]
항암치료도 5일 차이다.
나는 환자가 아닌 보호자.
환자는 7살짜리 우리 딸 ‘눌’이다.
치료를 위해 미용실에서 아이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을 때, 우리보다 미용사가 더 힘들어했다.
“이만큼 자르면 될까요? 더 잘라야 하나요?”
“괜찮아요. 싹 다 밀어주세요.”
처음엔 밤톨 머리가 낯설어 후드가 조금이라도 벗겨질까 손으로 잡고 다니던 아이가 환자복으로 갈아입더니 용맹한 도토리로 변했다.
까슬까슬한 느낌이 기분 좋다고 유튜브를 보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그새 머리가 약간 보드랍다 싶을 만큼 자랐다.
2주 후면 어린 새싹처럼 자란 머리카락도, 눈썹도 아이의 몸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아이가 쓰는 약은 4일 차까지는 약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활발했다.
오히려 머리를 자르고 나니 원숭이를 보는 거 같기도 했다.
그래도 항암약은 역시 항암약.
4일 차인 어제 첫 구토를 했다.
처음 겪어 보는 낯선 경험에 아이는 적지 않게 놀랐다.
항상 웃음이 빛나던 아이가 무균실에서 처음으로 “싫어!!”하고 눈물을 보이며 회색이 되었다.
5일 차인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약을, 아이를 더 힘들게 할 만큼 센 약을 쓴다.
확실히 공격적인 약이다.
여러 번의 구토로 아이는 자신의 위액까지 확인했고, 봉지 손잡이 부분을 귀에 걸기까지 했다.
열이 올라 해열제 약이 하나 더 늘었다.
항구토제도 투여했다.
스테로이드는 이젠 그냥 맞는 거다.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도 우리 눌은 매우 해맑다.
“좀 전에 옷 갈아입고, 좀 전에 침대 이불도 바꿨는데 또 토했네? 헤헤”
하면서 웃어버린다.
귀여운 녀석.
약이 점막을 건드려 배에 통증이 생긴다고 한다.
핫팩을 배에 올려줬더니 따뜻하다고 온천원숭이 표정을 짓는다.
실컷 핫팩을 북 삼아 두드리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자고 있는 아이의 오늘은 마무리 됐고, 장기간의 치료 과정 중 무거운 첫발을 내디딘 날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