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선택과 집중]
6일로 넘어오는 새벽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눌도 나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엄마 토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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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쉬 마려워요. “
의 반복.
열도 계속 올라 아이는 지칠 때로 지쳤다.
우리는 날이 밝아 무균실도 환해졌을 때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다.
우리가 무균실에서 가장 설레어하는 때가 있다.
바로 식사선택이다.
다른 입원 환자들은 각 병세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거의 동일하게 식판이 나간다면, 무균실은 세끼를 주어진 메뉴에서 선택해 고를 수 있다.
밥, 죽, 누룽지, 미음, 숭늉. 빵과 수프, 매번 다른 반찬들. 가끔은 라면이나 치킨도 먹을 수 있다.
나는 주로 주식을 고르고, 음료나 과자등을 선택할 수 있는 후식 부분은 눌이 고른다.
단점이 있다면, 이 선택된 식단은 내일 먹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당장 먹고 싶어도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을 키울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눌이 완치될 때 까지 걸러야 하는 음식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씨까지 먹는 과일은 안되고, 날것들(생야채 포함) 안되고, 등등…
그럼 먹는 즐거움은 어디서 찾아줘야 할까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까지나 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고?
다행이다. 난 퇴원하고부터 눌을 특별케어를 해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평소 먹던 데로 먹이면 되는 거라 마음이 놓인다.
한편으론 안타깝게도 눌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딸기, 쌈장에 찍어먹는 오이, 연어회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메뉴가 적힌 종이를 탁자에 올려두고 회의를 한다.
매우 진지하고 숭고한 시간이다.
“이 고기는 저번에 먹었을 때 좀 질겼어요.”
“나는 이 음료가 맛있더라. 하나 체크해 줘. “
눌은 정말 메뉴선택 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 날, 화면에 비치는 한 명, 한 명에게 자랑하듯 메뉴를 고르는 거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것도 데시벨이 한껏 올라간 목소리로.
그랬던 아이가 오늘은 한술도 입에 가져가 대지 못했다.
결국 영양제를 달았다.
선택식은 보호자식으로 바꿨다.
당분간 눌은 하얀 우유가 잔뜩 담긴 것 같은 팩으로 영양을 보충할 것이다.
그런 아이 앞에서 과연 밥이 넘어갈까 싶다.
엄마가 아이를 약 올리는 꼴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꾸역꾸역 먹으려 한다.
왜냐하면 나에겐 영양제라는 선택지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