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밑줄
바다는 마치 한 권의 오래된 책과 같다파도는 지워졌다가 다시 쓰이는 문장이고 모래 위에는 끊어진 밑줄이 이어져 있다 나는 그 밑줄을 따라 걷다가 내가 놓친 말들이 저 푸른 수심 속에 가만히 가라앉아 있는 걸 본다 누군가는 여행이라 하고 다른 누군가는 휴식이라 하지만 내게 바다는 언제나 읽다가 덮어둔 마음의 책갈피다 아무 일 없는 하루에도 바다는 나를 불러내어 다시 밑줄을 긋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