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후 쓴 '자작시'와 '서평'
나는 과연 심미적인 사람일까?
그러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에는 순서도 서열도 없다. 잘 몰라도 즐겁고, 처음 접했는데도 황홀한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오래간다. 인간이 만든 미술, 건축, 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아름다움은 더 강하게 각인되는 걸까.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 좋은 것, 신기한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의도가 있고, 준비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유형과 무형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감상자의 맥락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다양한 해석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감상자가 어떤 개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으냐, 어떤 맥락과 배경에서 그 예술을 마주 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증폭되고 새로워진다.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언어로 설명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글로 남긴다. 그다음으로는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사물로부터 자신이 감동받은 것과 비슷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 감흥을 느낀 이가 자신의 손으로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한다. 또는 자신이 느낀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사물을 가지려고 한다. 이렇게 가치가 새로운 가치를 낳는 행위로 이어진다. 수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 중에서
1. 웬만하면 유로 전시를 보자
2. 볼만한 전시회를 정했다면, 같이 갈 사람을 잘 고르자.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림 보는 일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취향이 잘 맞는 사람과 무엇이 좋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감흥이 더 커진다.
3. 시간의 여유를 충분히 갖고 가자.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무엇이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면 더 사랑스럽다.
4. 전시회의 정보를 챙겨보자.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전시회장에 있는 팸플릿과 도록이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할 수 있으면 전시회에 가기 전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고, 전시를 다녀온 다음에도 풀지 못한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감흥은 더 오래간다.
5. 우선 그림은 '내'가 감상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추억,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떠올려 보는 건 매우 좋은 감상법이다. 그림 속의 인물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자신이 화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그렸을지를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재료를 어디서 구했을지, 어떻게 스케치했을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그림을 보면 세세하게 이해가 된다. 전시회장에 가면 관람 동선이 있다. 관람 동선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시회의 기획 의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물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작품을 이렇게 전시한 의도, 이 작품이 놓여 있는 맥락을 이해하면서 보아야 엉뚱한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림 옆에 있는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라. 설명을 먼저 읽든, 그림을 먼저 보든 그 순서는 상관없다. 나는 설명을 나중에 읽는 편이다. 내용을 미리 알면 감흥의 범위가 줄어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보아도 상관없다. 이 일이 익숙해지면, 그 선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자연히 알게 된다. 작품의 형태, 빛, 구도 등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걸 분석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거나 평가를 해야 하는 이들의 몫이다. 감상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이 풍기는 힘과 내용의 공감이다. 화가의 에너지를 느끼고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다.
6.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자. 잘 모르는 그림인데 뭔가 마음에 든다면 사진을 찍어두고 돌아온 다음에도 자꾸 들여다보자. 좋아하는 것은 익숙해진 것이기도 하다.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 중에서
아무리 위대한 그림도 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말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천천히 바라보면 그때 스스로 알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