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자작시와 인상 깊었던 점 두 가지
내게 인상 깊었던 점 1 : 문장 표현의 아름다움
"당신은 이야기에 그림을 불러오고,
시를 걷게 하고,
손가락으로 풍경을 더듬듯 묘사하죠.
느리고 꼼꼼하게.
마치 손에 눈이 달려 있다는 듯이.
당신은 몸으로 듣고 손으로 보는 사람 같아요.
그때 저는 당신의 글에서 사랑을 느낍니다.
대상을 향한 사랑,
보이는 것만 보는 자와는 다른 투시력,
안과 뒤를 주시하는 시선,
낮고 정확한 목소리,
말과 침묵 사이 아슬아슬한 균형.
때문에 당신의 소설은 빨리 읽을 수가 없어요.
누군가는 밀도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올 수도 있겠죠.
당신은 바닥의 풀 한 포기처럼,
풀의 입장에서 풍경을 그려요.
주장하지 않지요.
밖에서 안으로 찬찬히 시선을 옮길 뿐이에요. "
- 존 버거(John Berger)(1926~2017)의 책을 읽고 박연준 씨가 쓴 글
내게 인상 깊었던 점 2 :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
페소아.
종종 무력할 때,
비에 발이 묶여 있을 때,
스스로가 지겨워질 때 공책에 적어보는 문장이 있습니다.
"몸을 씻듯 운명도 씻어주고,
옷을 갈아입듯 삶도 갈아줘야 한다."
이 문장을 곱씹어 읽어봅니다.
속에 고인 구정물을 버리고,
영혼을 깨우고,
새로 말간 운명을 해 입는 것처럼 개운해지거든요. 고백하건대 당신은 제 영혼의 청소부입니다.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중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을 읽고 박연준씨가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