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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Dec 17. 2024

평온했던 깊은 새벽을 그리워하며




평온했던 깊은 새벽을 그리워하며...



                                                          글쓰는 스칼렛



나는 가끔씩

문득 눈 떠질 때 만나는 새벽을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그곳을

나무들의 숨결과 속삭임이 메꿔주고 있었다.



타이어 소리, 엔진 소리, 경적 소리...

모나고 딱딱한 인위적 소리 대신

사락거리는 잎의 흔들림이 있었다.

공기를 뚫고 청아하게 뻗어나가는 새들의 지저귐에

나의 글에도 맑은 울림 한점 담길까 싶어

마음을 데우고 행복의 숨을 들이마셔 보기도 했다.



차분히 내려앉은 공기를 사랑했다.

까맣게 펼쳐진 조용한 질서 앞에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자유로움을,

무한한 상상의 즐거움을,

차 한 모금의 따뜻함에 녹아내어

아름답게 엮어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가끔씩 만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새벽과 나는,

긴장되고 불편한 사이가 되어

삐끗거리며 서로를 차갑게 밀어내고 있다.



내 마음의 불꽃이 생기를 잃고 불운에 낚아채진다.

어두움이, 째깍거리는 시간의 흐름이,

공포가 되고, 조바심이 되어 나를 더 불안하게 한다.



자야 하는데,

마음을 편안히 먹어야 하는데

걱정의 다발들이 심장을 조여 온다.

더 선명하게 영역을 넓히고 싶어 한다.

그것은 또 다른 부담이 되어

겨우 다가오던 잠을 멀리멀리 내쫓는다.



약을 먹는다.

행여나 약 기운에라도 잠들까 싶어서.

올 듯, 말듯, 잠든 듯, 아닌 듯,

곧이어 다시 소스라치며 말똥히 깨는 나는

아쉬움을 가득 토해낸다.



해가 뜬다.

아이들을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



내가 사랑했던 새벽이,

고요함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새벽이,

날 받아주면 좋겠다.

미소를 구름에 걸치고 하얀 달을 같이 바라보면 좋겠다.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는 포근한 이불에 함께 있듯

따스하게 파고들며 행복의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우리, 사이좋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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