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은 노리타케
햇살이 좋은 날이다.
가을과 겨울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날씨다.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 하지만 차가운 바람.
14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일본 나고야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낯설음 투성인 곳.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일을 하던 내가 주부의 삶을 산다는 것이 적응이 잘 안되는 나날이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출근 길에 항상 듣던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
여유있게 핸드드립 커피도 내려서 한잔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오전 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간다.
문제는 오후.
평일 오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항상 고민이다.
오늘은 나고야에 살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인 노리타케에 가기로 했다. 이유는 햇살이 좋아서다.
걸어서 25분 정도 가면 노리타케의 숲이 나온다. 적당한 산책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오늘의 노리타케는 가을이 한껏 물들어있었다. 단풍이 너무 예뻤다. 예쁘다는 단어 말고 어떤 단어가 있을까? 짧은 어휘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오늘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역시, 눈으로 보는 풍경이 가장 예쁜 듯하다. (내 실력이 부족한건가?)
노리타케 숲은 항상 사람들이 많다. 현지인도 외국인도 많은 곳이다.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어딘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는 이 곳이 나는 좋다.
내가 노리타케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온몰과 연결되어 있어서이다.
풍경을 즐기고 돌아서면 바로 옆에 이온몰 광장이 나온다. 이 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가 두군데나 있다. 한국에서보다 스타벅스를 더 자주 가는 듯하다.
이온몰 1층에 있는 City Bakery의 식빵은 나의 최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좋다.
오늘은 집에 식빵이 있어서 안 샀지만..
추위를 녹이기 위해 스타벅스에 가서 밀크티를 한잔 주문했다. 유일하게 일본어를 쓰는 순간이다.
일본어 공부는 1년정도 계속 하고 있지만 생활에서 일본어를 쓸 일이 많지가 않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주문을 할 때 야무지게 일본어를 써본다.
"ミルクティーホットで一つお願いします。”
일본 스타벅스는 아이스를 포함에 음료 사이즈가 숏사이즈부터 있어서 좋다. 밀크티 한잔에 부리는 여유. 이럴 때는 백수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디쯤 있는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5시가 넘은 시각, 어느 덧 어둠이 내려 앉았다.
다시 한번 노리타케와 이온몰 광장을 사진으로 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