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먹는 한식 - 네네치킨
드디어 오늘 한국 치킨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고야에는 네네치킨과 BBQ 치킨이 있는데 집 근처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네네치킨이 있다.
나고야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내가 일본에 오기 전, 남편은 회사 동료와 함께 네네치킨을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과 비슷한 맛이라고 했다.
얼마 전, KFC에서 치킨을 먹고 너무 짠맛에 충격을 받아서 네네치킨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치킨은 한국 치킨이지. (갑자기 생긴 치킨 부심)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나고야역으로 갔다.
겨울이 넘어가고 봄이 오는 시기여서 그런가? 해가 넘어간 저녁 시간이었으나 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았다. 다행이다. 걸어가야 하는데 덜 추워서.
사람들 사이로 미소를 띠며 개찰구로 걸어오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역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
-고생했어, 남편.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목적지인 네네치킨으로 향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치킨을 먹으러 가는 길.
두둥.
드디어 도착한 네네치킨.
외관부터 낯설지 않다. 한글과 일본어가 콜라보되어 적혀 있는 외관의 모습을 보니 분명 맛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는 더욱 한국 치킨집이었다. 순간적으로 한국어로 인사를 할 뻔했다.
-몇 분이세요?
-두 명이에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언제나 물어보는 일본 식당의 인사말이다.
자리에 앉으니 꼬꼬과자와 개인접시를 갖다 주었다. 이 꼬꼬과자가 바로 자릿세의 표시이며 1인당 300엔짜리 과자이다. 우리는 두명이니까 오늘은 이 과자 한 봉지가 600엔인 샘이다.
뼈 없는 반반치킨과 치킨의 짝꿍 맥주를 주문했다. 자릿세인 꼬꼬과자는 비쌌지만 맛있었다.
맥주와도 궁합이 좋았다.
기대감과 설렘을 간직하며 남편과 꼬꼬과자와 맥주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오늘의 주인공이 도착했다.
신기하게 식판에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떡볶이 (귀엽게 2개), 양배추 샐러드(소스는 케첩에 마요네즈), 치킨무가 담겨 나왔다.
-맛있겠다.
-떡볶이 맛있어?
-응. 떡볶이도 맛있고 다 맛있어. 여기는. 먹어봐.
-더 달라고 하면 안 주겠지?
-그렇지. 여긴 그런 게 없지.
-아쉽다.
정말 아쉬웠다. 떡볶이를 먼저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물론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는 하지만, 모든 음식이 남이 해 준 게 제일 맛있는데 특히네 이곳의 떡볶이는 적당히 달달하고 쫄깃한 쌀떡볶이의 식감이 너무 좋았다.
우리는 주로 구하기 쉬운 건조 떡볶이 떡으로 만들어 먹다 보니 식감이 쫄깃하지 않다.
얼마 만에 먹는 쫄깃한 떡볶이인가.
대체 왜? 사장님! 떡볶이를 두 개 밖에 안 주시는 거죠?
오늘의 주인공 치킨은 겉바속촉이다. 역시 한국 치킨.
물론 한국에서 먹는 치킨이 더 맛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먹은 치킨 중에 단연 1위이다. 치킨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치킨무가 있어서 그런가? 역시 치킨에는 치킨무인 것 같다.
느끼함을 잡아 주는 새콤한 치킨무. 맛있다.
치킨과 함께 마시는 맥주는 목 넘김이 더 좋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맛있는 치킨과 좋은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살짝 오르는 취기 때문인 건지 치킨집을 나와 집에 걸어가는 길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었다. 고마워요, 네네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