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벚꽃(寒桜)
며칠 전, 일본어 수업을 하는 도중에 벚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지난 1월에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집 근처 강가에 벚꽃이 피었어요. 아무래도 계절을 착각한 것 같아요.
-(하하하) 일본에는 겨울에 피는 벚꽃인 寒桜(칸자쿠라)가 있어요. 보통 오키나와에서 1월경에 펴요.
-어머? 그래요?
-네, 혹시 핑크색인가요?
-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멀리서만 봐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꽃이 피다가 다시 추워져서 멈춘 느낌이기도 하고.. (갸우뚱)
-잠시만요.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한번 봐보세요.
사진을 보니 핑크색의 벚꽃이 있었다. 마치 철쭉의 핑크색과 같은 벚꽃이었다.
-이거랑은 다른 것 같아요. 이렇게 진한 핑크색은 아니에요. 흰색 같기도 한 그런 핑크?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진을 보내주시겠어요? 궁금하네요.
-네. 보내 드릴게요.
이렇게 우리의 벚꽃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저녁을 먹고 남편과 산책을 하다 커피를 한잔 마실까 해서 카페에 가는 길에 그 강가의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선생님께 사진을 보내드리기로 한 것이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잠시 벚꽃 사진을 찍고 가자고 이야기했다.
흔쾌히 "그래."라고 대답하는 남편.
강가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바로 옆에 가장 큰 벚꽃 나무가 있었다.
내려와서 자세히 보니 하얀색의 벚꽃이 계절과 상관없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까르르 웃으며 이 나무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었나 보다.
만개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어 있는 벚꽃은 예뻤다.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모습이다.
잠시 벚꽃을 보며 감상에 젖어본다.
이렇게 예쁜 풍경이었구나 이곳이..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네.
남편과 서로를 찍어주며 잠시나마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다. 오늘 하루 종일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가? 마치 봄 저녁에 산책을 나온 기분이 든다.
카페에서 선생님께 사진을 전송했다. 핑크색은 아니지만 너무 이쁜 벚꽃이라고. 함께 즐기자고.
사진을 받은 선생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핑크색은 아니지만 겨울 벚꽃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한다며.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사진을 보내 달라고. 감사하다고.
또 한 번 미소가 번진다.
좋은 것을 함께 보고 카메라에 담아 함께 하지 않은 이들과 공유를 하고 미소를 나누고.. 행복한데?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도 겨울에 만난 벚꽃 사진을 공유해 본다.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나의 이 미소가, 이 행복이 그들에게 가서 닿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