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구마모토
구마모토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트램의 도시 구마모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구마모토를 이렇게 자주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구마모토에 도착한 첫날. 밤이 되자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우리가 오기 2주 전 즈음부터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구마모토의 여러 곳의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계속 토사붕괴에 대한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홍수가 난 곳도 있고 산사태가 난 곳도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괜찮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머무는 곳은 별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다 생각하던 찰나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고 급기야 호우주의보와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것이었다.
호텔 뒤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는데 순식간에 수위가 올라간 것이 육안으로 보였다. 올여름, 새삼스레 물의 무서움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도 일본도 비로 인한 피해가 많았어서 그런 것 같다.
내일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앉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커튼 틈 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들어오고 있었다. 어젯밤에 무섭게 내리던 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쨍한 햇살과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변화무쌍한 날씨구나.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조식이 두 종류였다. 샌드위치와 그레놀라 요거트다.
그래서 든든하게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에그샌드위치와 처음 먹어보는 우엉 샐러드 샌드위치다. 에그샌드위치에는 참치가 들어있었다. 따뜻한 커피는 주문을 하면 에스프레소를 바로 내려서 만들어주기 때문에 향도 진하고 맛있었다.
구마모토에 머무는 동안 아마도 나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역시나 구마모토도 한여름이었기 때문에 나고야만큼 더웠다. 여름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정말 더웠다. 어제 비가 내려서 습해서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여름 나기 필수품이 되어버린 양산과 손수건 그리고 선글라스, 이렇게 3종 세트를 챙겨 가방에 넣고 씩씩하게 뚜벅이 여행을 시작했다. 이 더위쯤 이겨내고 말리라.
호텔을 나서니 나고야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세월이 묻어있는 건물들과 일본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좁은 골목길과 오밀조밀 나란히 있는 집들, 그리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트램들.
여행을 온 느낌이 확연히 느껴졌다.
조금만 걸어도 땀은 흐르지만 눈에 담기는 풍경은 예뻤다. 이런 순간을 놓칠 수는 없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본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땀을 식힐 겸 쇼핑몰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가졌다. 커피도 한잔 하고, 액세서리 구경도 하고, 구마모토의 마스코트인 쿠마몬 캐릭터 기념품도 구경하고.
규슈 한정 과자도 사고.
여행인데 기념품이 빠질 수 없지.
두 번째 방문인데 느낌은 전혀 달랐다. 마치 처음 온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계절 탓인가?
왠지 이번 여행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쉬엄쉬엄 구마모토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