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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헤어짐

by Myang

나고야에서의 삶이 시작되고 첫 번째 헤어짐을 겪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로 나고야에 온 친구다.

처음 알게 된 곳은 국제센터에서 운영하는 일본어 교실이었다.

처음 본 날, 너무나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저렇게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친구가 왜 여기에 왔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었다.

교실에 있던 자원봉사자분들도 모두 놀라며 정말 대단하다고 얘기를 했었다.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들끼리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며 종종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고, 술도 함께 즐기며 한국말로 원 없이 수다의 장도 열었었다.

짧았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알게 된 인연이어서 그런 건지 아쉬움이 컸다.

늘 밝고 활기차던 친구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친구다.

그 친구는 나와는 달리 일본에 있는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다.

일도 열심히 하고 틈틈이 일본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지역 축제(마쯔리 祭り)에도 참가하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친구를 만들곤 했다.

한시도 쉴 틈 없이 열심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만나면 언제나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곳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일본에 이런 곳이 있구나 새삼 느끼며 다음에 나도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었는데 못 가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쉬워라.

아쉬움을 한국에서 내가 갔던 캠핑장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곳을 소개해 주며 달랬다.

또 이런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일을 하는 평일과 휴일의 모습이 전혀 달라서 놀라움을 안겨 준 친구이기도 하다.

상반된 분위기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어머? 이게 누구야?

- 하하하하. 언니 이게 원래 제 모습이에요. 저는 자유로운 영혼이랍니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원래 모습이라며 얘기하던 얼굴이 너무 예뻤다. 더운 날씨에 살짝 발그레 붉어진 얼굴과 뜨거운 햇살과 환한 미소가 너무 예뻐 보였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인 듯하다.


처음 일본으로 이주를 하고 매일 똑같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처음으로 맺게 된 인연.

과연 내가 이곳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어준 사람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던 사람들.

몇 안되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나는 엄청난 우울이라는 동굴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종종 찾아오는 우울이라는 동굴 속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는 나인데 말이다.

인연을 만들었기에 맞게 된 헤어짐.

계속 인연을 이어가자고 얘기하면서 우리는 헤어짐을 맞이했다.

자주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어디에서든 건강하게 지금처럼 밝게 자신의 삶을 빛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래야겠지.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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