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병원

by Myang

며칠 전부터 허리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과 국민체조 중 특정 동작에서 유난히 더 허리가 아팠다.

왜 매일 스트레칭을 하는데 몸이 더 뻣뻣해지는 느낌이 드는 거지?

이상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머지않아 엄청난 통증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했다. 허리가 좀 아픈 것 같아 허리에 좋다고 알고 있었던 스트레칭 몇 개를 더 추가로 해주었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일어나는데 허리를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거실에서 침대로 걸어가는데 몇 걸음도 되지 않는 그곳을 도달할 수가 없었다.

침실 앞에서 허리에 엄청난 통증이 오면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앗!! 망했다.

기어서 침대에 올라가 몸을 눕히는데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이 뒤따랐다.

침대에 누워 오만가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디스크가 터진 걸까? 뭐가 잘 못된 거지? 수술을 해야 하나? 병원에는 어떻게 가야 하지? 한국에서 수술하는 게 낫지 않나? 한국까지 갈 수는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자꾸 아프지?'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누워있다가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몸을 일으켰지만 앉는 것도 불가능했다.

다시 그대로 눕고 말았다.

멍하게 누워서 '괜찮아져라, 괜찮아져라'를 계속 되뇌면서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몸을 일으켰는데 다행히 일어날 수 있었다.

뻐근한 느낌.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온갖 허리에 대한 정보를 읽고, 보고, 따라 하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정보를 알아보다 내가 했던 스트레칭 동작이 허리가 건강한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나처럼 허리가 이미 아픈 사람에게는 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원인이 나였나 보다.

결국 약국에서 허리통증약을 사서 먹었다.

약을 먹기 전에는 누울 때도 허리가 당기고 아팠는데 먹고 난 후에는 그나마 부드러워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잠은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낮에는 허리가 덜 아팠지만 밤이 되면 허리의 통증이 골반과 허벅지까지 내려왔다.

미칠 것만 같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결국 그 다음날 아침 병원을 찾아봤다.

처음으로 혼자 가게 된 병원.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내 증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통역 서비스가 되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게 뭐가 중요한가. 내가 지금 아픈데.

그렇게 아픈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정형외과로 향했다.

다행히 온라인 예약이 가능한 곳이었고, 예약을 할 때 문진표 작성도 할 수 있고 증상을 적는 란이 있어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열심히 작성을 했다. 최대한 자세하게 증상을 기재했다.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과 진료를 보기 전, 간호사분과 먼저 진료 상담을 진행했다.

아프니까 용감해지는 건가?

문법이고 뭐고 아는 단어를 총출동시켜서 하나라도 더 말을 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문장을 완성 못하면 단어로 얘기하고.

친절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잘못 얘기한 부분은 수정을 해서 다시 얘기해 주셨다. 마치 일본어 선생님 같았다.

그렇게 간호사분과의 상담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1차적으로 내가 적은 증상에 2차적으로 간호사분이 상담할 때 추가로 적은 내용을 보면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고, 통증의 위치와 어떤 자세를 취할 때 아픈지 등을 확인하셨다.

못 알아들은 내용은 다시 한번 여쭤보고 쉬운 단어와 동작 등으로 설명을 해주시며 진료를 진행했다.

X-ray 촬영까지 마치고 다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디스크는 아니라고 했다.

척추 모양은 이쁘지만, 척추의 4번과 5번 사이가 좁아지면서 마찰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통증이 유발된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다.

약을 먹으면 금세 좋아질 거라는 말과 함께 추가적으로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재활치료나 별도로 도수치료 등을 받아도 좋지만 일단 약을 먹고 결정해 보자고 하셨다.

약은 10일 치를 주셨고 다음 진료 일정을 정하지는 않고 통증이 심하거나 추가 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별도로 예약하고 오라고 하셨다.

약국에서 조제약까지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프기는 한데 혼자서 병원 진료를 무사히 받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공부를 헛한 것은 아니구나.

다시 한번 건강한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