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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통증

by Myang

며칠 전부터 허리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 설마.. 디스크가 다시 문제가 되는 건가? 안되는데.

제발. 그러지 말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트레칭도 하고 국민체조도 했는데 대체 왜 허리가 아파오는 걸까.

며칠 후, 결국 올 것이 왔다.

거실에서 안방까지 몇 발자국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안방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서 갑자기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저앉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대로 못 일어나는 건가? 수술해야 하는 건가? 한국에 가서 수술하고 싶은데 한국까지는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짧은 순간 너무 많은 생각과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일본에 와서 병원이라곤 손가락을 베이면서 피부과에 간 게 전부인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안 그래도 요즘 허리가 안 좋아져서 일본에서 알게 된 동생과 함께 며칠 후에 같이 침을 맞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나의 허리는 그 며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기어서 침대에 올라가서 누운 후 몇 분후 일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허리 통증이 심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나지 못했다.

다시 누워서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다시 몇 분이 흐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앉을 수 있었다.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잠시 벽을 짚고 그래도 서서 허리를 뒤로 젖히고 신전운동을 했다.

그렇게 몇 분을 하고 난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화장실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고 아팠다.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하루가 되었다.

계속 누워있다가 최소한의 움직임만 할 수 있었다.

허리 신경통 약을 전날 사 와서 통증이 심할 때는 약을 먹었다. 일본의 약은 한국의 약 보다 먹기가 쉽다.

내가 산 신경통 약도 녹여서 먹는 약이고 민트향이 났다. 충분히 입안에서 녹인 후 물과 함께 먹는 약이었다.

약 때문인 건지 시간이 조금 지나니 통증이 가라앉았고 그때만 잠시 움직였다.


알고 보니 내가 건강하려고 했던 스트레칭 중 많은 동작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쥐약인 동작들이었다.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알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동작으로 했더니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가장 통증이 극심했던 어제 아침에는 평소에는 하지 않던 동작을 마지막으로 했는데 그 동작이 최악이었다.

그 동작을 하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허리통증뿐만 아니라 방사통까지 얻게 되었고 거실에서 안방으로 이동하는 중에 주저앉게 된 것이었다.

아.. 지난날의 나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는데.

만약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던 그날부터 아마 다니고 있던 병원으로 달려갔겠지.

도수치료도 꾸준히 받고 운동도 했겠지.

여름이 되면서 덥다는 핑계로 움직임은 적어졌고 활동량이 줄면서 마음도 해이해져서 만성 귀차니즘에 빠지게 된 나는 살이 찌기 시작했고, 결국 넘어서는 안 되는 몸무게의 최고점을 찍고 말았다.

디스크 환자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체중 관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모든 상황이 오늘의 나를 만들게 되었다.


다행히 유튜브와 인터넷의 수많은 검색의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정보로 지속적으로 허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서서히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걸을 때마다 찌릿하던 통증도 오늘은 줄어들어서 30분 이상 걸어도 크게 아프지 않았다.

일본은 접골원이 많던데 한번 가봐야겠다.

마사지라도 받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아프면 서러운 데 해외에서 아프니까 더 서럽네.

언제쯤 척척 알아서 나의 모든 것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는지.

좀 더 씩씩해지자.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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