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는 오래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그중에서도 ‘풍물시장’은 원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매달 정해진 날마다 열리는 5일장은 지역민의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든 문화이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장이다. 나는 지난해 여름, 원주 풍물시장을 직접 다녀온 경험을 계기로 그 오랜 전통의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의 기억과 함께 원주 오일장의 일정표와 현장의 분위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원주의 풍물시장은 약 백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시장으로, 농민과 상인이 물건을 사고파는 교류의 장으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이 생활화되었지만, 오일장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거래하는’ 정겨운 공간으로 남아 있다.
‘오일장’이라는 이름은 장이 5일 간격으로 열린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원주 풍물시장은 매월 2일과 7일, 12일과 17일, 22일과 27일에 열린다. 즉, 한 달에 여섯 번 장이 서는 셈이다. 이런 주기적인 리듬은 지역민들의 생활 패턴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장날이 다가오면 상인들은 새벽부터 물건을 싣고 나오고, 주민들은 필요한 생필품과 먹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을 찾는다.
원주 풍물시장은 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날짜를 미리 알고 방문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장날은 다음과 같다.
1일과 6일은 장이 서지 않고,
2일과 7일, 12일과 17일, 22일과 27일은 장이 선다.
이 일정은 매월 동일하게 반복되며, 장날이 주말이나 공휴일과 겹치면 더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장터의 풍경도 달라지는데, 봄에는 산나물과 들꽃이, 여름에는 옥수수와 복숭아가, 가을에는 햇곡식과 사과가, 겨울에는 김장 재료가 장터를 가득 채운다.
내가 처음 원주 오일장을 찾은 날은 7월 7일이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시장 입구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농부들이 갓 수확한 채소를 손질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점상들이 고소한 부침개를 굽고 있었다. 그 냄새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시장 한가운데를 걸으면 정겨운 사투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상인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단골손님과 흥정하며 웃음을 나눈다. 나는 작은 비닐봉지에 강원도 감자를 한가득 담아 들고 다녔는데, 그 무게보다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한 아주머니는 “이 장이 없으면 우리 동네는 조용해져요. 장날이 있어야 사람 냄새가 나죠.”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정서가 모이는 자리였다.
원주 풍물시장은 강원도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로컬’이라는 말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로 존재한다. 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코로,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한여름의 장터에서는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최고의 휴식이 되고, 겨울에는 따뜻한 어묵 국물이 피로를 녹인다. 노점의 간판들은 오래된 목재에 손글씨로 적혀 있고, 상품 하나하나에는 판매자의 삶이 묻어 있다. 장날마다 찾아오는 단골들과의 인사,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일장은 대체로 오전에 가장 활기차다.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신선한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오후가 되면 일부 상점은 일찍 문을 닫기도 하므로, 오전 8시에서 11시 사이를 추천한다.
또한 현금 거래가 중심이기 때문에 소액 현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노점에서는 카드 결제가 어렵다. 주차 공간은 많지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시장 인근 도로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원주 풍물시장을 다녀온 후,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안에는 여유가 있었다. 누구도 경쟁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흥정의 대화 속에는 배려가 있었고, 판매와 구매의 관계 속에는 인간적인 온기가 있었다.
도시가 점점 빠르게 변해가고,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이런 전통시장의 존재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지역의 역사가 이어지는 장소이다. 원주 풍물시장은 바로 그런 연결의 상징이다.
원주 풍물시장 5일장은 단순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온 살아 있는 문화이다.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여전히 원주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그날 시장을 떠나며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했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사람 냄새 나는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원주 풍물시장은 늘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