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직렬이 이해하기 힘든 일반행정직렬의 세계

공무원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기 좋아요.

by 글임자


22. 9. 2. 개인 정보는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른다.

<사진 임자 = 글임자 >


'귀가 트이는 영어'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내 개인 정보는 누가 어디에 다 넘겨준 것일까.

동시에 과거 유령회사 같은 곳에서 어떻게 입수한 것인지도 모르는 전화번호를 받고 시키는 대로 홍보 전화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올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겹도록 선거 관련 문자들이 쏟아졌다.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게 그 사람이 나를 언제 봤다고,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느닷없이 문자까지 보내는 거지?

아니, 내 전화번호는 도대체 어떻게 안거냐고?

택배를 받을 때도 남편 이름 하나만 대표로 쓴다.

남편의 동의도 없이, 우리 집의 대표니까, '받는 사람'은 언제나 세대주 한 사람이다.


요즘은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 전혀 엉뚱한 이름을 하나 지어서 택배를 받는 용도로 쓴다는 사람도 봤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를 부르지 못하는 일만큼이나 내 이름을 두고 실명으로 택배를 받을 수 없는 슬픔이라니.



그때였나?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우리는 위에서, 의원이나 누구 좀 높은 사람(?) 그 누구라도(높다는 말의 어감이 좀 불편하지만) 그 어떤 정보라도 요구하면 전혀 반항(은커녕 그 요구에 재깍 반응하기 바빴다)도 못하고 거의 무조건적으로 제공해야만 했다.

다들 당연한 듯, 별일 아닌 것처럼 개인 정보를 마구마구 내어준다.

공무원에게 개인 정보 제공의 의무라도 있는 건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달란 대로 준 것 같다.

공직 생활을 좀 하신 분들은 '이게 뭔고?' 들여다 보기라도 하시지만 어리고 어린 나는 별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데 예전 '군수 지시사항'(지시 사항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졌다)인가 뭔가 그런 거라며 전 직원 연락처를 비롯해 주민등록상 주소, 실제 거주하는 주소, 거기다 가족들의 이름, 주소, 연락처까지 다 제출하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명목은 있었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게 '공무원은 연락이 잘 돼야 한다'며 혹시라도 당사자와 연락이 안 닿을 경우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수 십 년 전 가정방문을 앞둔 선생님이 샅샅이 가정환경 조사를 하듯이 자세하고 집요했다, 고 기억한다.


"왜 자꾸 자기 쪽에서 나한테 문자가 오지?"

"무슨 말이야?"

"나는 내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무슨 문자가 이렇게 오는지 모르겠네."

"아, 저번에 전 직원 다 조사하더라고. 가족들 연락처랑 관계 뭐 이런 것들."

"그런 것까지 다 조사해? 우린 그런 것까지는 안 하던데?"


지방 일방 행정직 공무원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마찰이 생기려는 순간이다.


"문자 보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는 그쪽 하고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데 말이야. 나는 교육청 소속이지 그 지역 소속이 아니라고."

"그러게. 좀 지나친 것 같긴 하네."


유독 그 당시(선거철)에 심했던 것 같다.

아무리 신분이 공무원이라지만 뭐든 적당해야지.

내가 연락 두절로 어디 잠적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공무원 가족에게까지 무슨 문자를 그리도 보내는지 나까지 피곤해진다.

부모님도 수시로 문자를 받으셨단다.


자꾸 남편이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문자가 쏟아진다고 불평을 했다.

본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낸 건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을 때 나는 이실직고했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가족 연락처를 보유했다가 연락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민감했다.


선거 때가 되면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재직 당시 넘어간 정보가 삭제되지도 않고 자자손손 대물림되는 건지 사방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문자가 온단다.


이미 의원면직을 해 버린 나지만 과거 근무했던 지역의 전 의원, 현 군수, 예비후보 등등 얼마나 내 정보를 성실하고 다양하게 활용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싫다.

나는 더 이상 공직자도 아니고 그냥 주민일 뿐인데 과거와 엮이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히 평범한 주민으로만 살고 싶은데 그 당시는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전화와 문자, 모든 것들이 달갑지 않았다.


내가 살펴보고 내가 결정할 건데 왜 굳이 문자를 수 십 번 보내면서 귀찮게 하는지, 오히려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예전에 내가 공직생활을 할 때 그 사람들(후보자)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했는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 겪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느 조직이나 이런 애로점이 없을까마는,

만만한 게 진짜 공무원인 건지 왜 공무원은 하라면 무조건 따져보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건지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제 도착한 택배 상자에서 남편의 이름을 보고 또 생각에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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