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수당과 명절휴가비와 그 밖의

또 나보다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

by 글임자


22. 9. 8. 수당과 명절 휴가비는 순식간에 날아간다.

이 나이에 공무원퇴직 2022. 7. 5. 7:32


그걸 받아본 지가 까마득하다.

그게 뭐였더라?

먹는 거였나?


몇 월에 받았는지도 가끔은 헷갈렸다.

그러나 현직 교행 공무원 신분인 남편은 귀신같이 그 달들을 기억해 낸다.

1월과 7월.


남편은 1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에 1월 정근수당을 받지 않았다, 아니 못 받은 거지.

그리고 7월 1일 자로 복직을 했으니까 7월에도 못 받는다고 한다.


그랬었나?

전달에 근무 중이었어야 하고 정근수당 받는 달에도 근무 중이어야 받았었던가?


17일이 되어 보면 알겠지만 아마도 남편은 그게 맞을 거라고 한다.

어쨌거나 요즘은 좋은 세상이니까 시스템이 알아서 잘 돌아가서 월급도 잘 계산해 주고 정근수당, 명절 휴가비 등등 알아서 척척 줄 것이다.


또 생각이 나나 보다.

부부 공무원이었던 시절.

남들은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고 엉뚱한 소리 하던 그 시절.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건지, 이미 파산하고 없는 기업인데 말이다.


둘 다 9급으로 들어왔으면 그 중소기업 엄청 영세한 기업이다.

두 사람 다 6급 정도는 되어야 10년 15년 이상은 일해야 중소기업 얘기도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13년 전 9급으로 들어왔을 때(9급 1호봉) 지방직이었던 나는 120만 원인가 첫 월급을 받은 기억이 있고, 남편은 그 당시 국가직 9급이었는데 아마도 비슷했을 것이다.


내 월급은 기억나는데 남편 월급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자세히 본 적도 없고, 남편이 일부러 알려준 적도 없다.

남편에게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냥 나랑 비슷하려니 그러고 살았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부부는 한 사람 월급을 생활비로, 한 사람 월급은 적금으로 몰아서 사용했기 때문에 서로의 월급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고 그냥 월급 받는 대로 그냥저냥 살았었다.


그러다가 6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이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한 사람 월급은 생활비로, 한 사람 월급은 거의 대출을 갚는 식으로 살아왔다.


얼마 전에 남편이 복직하기 며칠 전에

"7월에 정근수당 나오는데 아깝다."

사골 또 고아지는 냄새 풀풀 난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정말 지금 뜬금없이 무슨 소리신지 몰라서 내가 물었다.

지금 그 상황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정근수당 곧 나오잖아. 근데 난 지금 휴직 중이라 아마 7월 정근 수당은 없을 거야."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란 말이오?

"그게 그렇게 아까워?"

"아니, 아깝다기보다, 받을 수 있는 건데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 못 받으니까 좀 아쉬워서 그러지."

"그게 아깝단 소리지 뭐야?"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

"꼭 그런 거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아깝긴 하지. 휴직 안 하고 근무 중이었으면 당연히 그냥 받는 건데. 그렇잖아?"

"그럼 6월에 복직한다고 그러지 그랬어?"

"무슨 소리야 그게?"

"지금 정근 수당이 생각나서 그러시나 본데 그렇게 그게 받고 싶으면 7월에 복직 안 하고 5월이나 6월에 한다고 하지 그랬어?"

"나는 그냥 받을 수 있는 건데 못 받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그게 정 받고 싶으면 얼른 나가라고."

"아니야. 꼭 받고 싶은 게 아니고."

안이고 밖이고 영양가 없는 소리 좀 그만합시다. 시간도 아까운데.


"그리고 지금 그거 생각해 봤자 무슨 방법이 있어? 없잖아. 이미 다 끝난 일이잖아. 오늘 당장 복직한다고 해도 못 받아. 그걸 알아야지. 그런데 아무리 얘기해 봤자 달라질 것도 없는 걸 가지고 왜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러게."

"육아휴직 한 이유가 뭐야? 잘 생각해 봐!"

"애들하고도 더 시간 많이 보내고 나도 공부 좀 해보려고 그랬지."

"그래서 지금 어떤데?"

"나야 좋지. 애들도 좋아하고, 책도 보고 그러니까."


"그럼 그걸 돈으로 따질 수 있겠어? 정근 수당 그거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 지금 이 마당에."

"절대 돈으로는 못 따지지."


"그럼 그런 얘기는 그만하는 게 낫겠다. 6개월 동안 애들이랑 잘 지냈고, 많이 쉬기도 했고(진짜 많이 많이다, 처음엔 남편이 맡아서 살림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내가 의원면직하는 바람에 살림이 다 나한테 넘어와 버렸으니까) 그랬으면 된 거 아니야? 돈 가지고 나한테 얘기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걸핏하면 그런 얘기를 하면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자기 말이 맞아. 정말 그러네."

"물론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을 아예 무시하고 살 수는 없지. 하지만 이미 육아휴직을 한 상태이고, 복직은 7월에 하겠다고 복직 신청서도 이미 내 버렸고, 지금 인사 발령도 다 난 마당에 뭐 하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그렇게 아쉬워한다고 해서 그 정근 수당 당장 받을 수 있어? 아니잖아? 애초에 휴직할 때 그런 거 다 감안했던 거 아니야? 현재 상태로는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자꾸 미련 갖고 살면 뭐해? 속만 상하지. 상황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안 그래?"

"그래. 자기 말이 맞네."


그러면서 남편은 내가 의원면직하는 바람에 '계획이 다 틀어져버렸다."라고 또 말했다.


나는 저렇게 나올 거란 건 충분히 예상했다.

그래도 이렇게 자주 얘기할 거란 건 예상 못했다.

달마다 빠지지 않고 아파트 관리비 내듯 꼭, 반드시 언급한다.


티끌모아 태산 되듯, 한 달에 서너 번 남편 말 모아 크나큰 태산을 이룰 것이다.

그 태산 아래 나는 묻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예정에 없던 의원면직을 한 죄로 나는 끊임없이 그 소리를 참고 듣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


말한 사람이 허무하리만치 수긍이 잽싼 이 남자.

이래서 나의 기쁨이자 나의 고통인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남편은 저런 식일 것이다.

그는 나의 의원면직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 미련 같은 거 금방 털어내기 힘들 사람이다.

가끔은 그런 태도가 이해가 안 간다, 정말.

아니, 이해도 간다.

이미 지난 일을 자꾸 들추고 아쉬워하면 어쩌자는 건지.

남편이나 나나 그 누구에게라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상황들이다.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꽃다발을 안기며 나한테 뭐라고 했었더라?

그때 그 남편이 지금 이 남편 맞긴 한 건가?

하지만 그 마음은 또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태도는 이해가 안 된다?

이게 무슨 소리가 나도 헷갈린다.

어쨌거나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정근 수당이 생각나는 사람은 남편이다.

내가 아니라.

아쉬운 사람도 남편이다.

내가 아니라.


그나저나 이번 추석 때 명절 휴가비도 받았을 텐데 도통 아무 말이 없으시다.

'명절 휴가비'에 대한 '님의 침묵'

숨 막히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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