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이모네 김장을 돕고 몸도 고되고 피곤해서 월요일 아침에 8시가 되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평소에는 우리 가족 중에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편이고 보통은 5시에서 6시 사이가 내 기상시간이다.
그런데 그날은 평소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 버렸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늦잠 잤다'라고 한다지 아마?
알람도 평일에는 똑같은 시간에 울리게 맞춰 두었는데 일요일 알람을 맞추다가 기존 알람을 해제해 버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이 한 말은 내가 전날 김장을 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못 일어난 줄 알고 그런 것이다.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자세로 몇 시간 일하다 보니 아닌 게 아니라 힘이 들긴 했지만 늦잠이라니.
부랴부랴 아이들 아침을 간단히 차려 주고 있는데 직장인이 뾰로통하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밥도 안 차려 주고 말이야."
안 차려 준 게 아니라 내가 늦게까지 못 일어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인데 마치 일부러 안 차려 준 것처럼 말했다. 물론 그렇게 말한 데에는 또 원인이 있었다. 전날 약간의 불화가 있었으므로 그 직장인은 내가 일부러 일어나지도 않고 밥도 안 차려 준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것이다.
"엄마, 어제 정말 고생했어요."
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불현듯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굳이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 반갑잖은 그 얼굴과 함께.
종종 느끼지만 우리 집 남자 어른에게 기분 상한 말을 듣고, 남자 어린이에게 위안을 받곤 한다.
며느리가 미우면 어디까지 밉다더니, 아무 상관없는 일 가지고 또 그 직장인은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 착각을 하든 오해를 하든 내가 일일이 해명할 필요는 못 느꼈다.
아침에 살짝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었으나 하교한 아들의 말 한마디에 나는 금세 유쾌해졌다.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나 다른 반응을 보이는 한 가족이다.
다시금 느꼈다.
세상 모든 곳에 신이 계실 수 없어 어머니를 보내셨고,
우리 집 남자 어른이 아내에게 기분 상하게 한 일을 풀어주기 위해 남자 어린이 보내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