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수습 기간이랍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를.
남의 일이야, 남의 일은 보기만 하는 거야, 간섭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내 편 한 명은 있겠지?
소심하게 희망해 본다.
살기 좋은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현재 무려 서른 명이 넘는 분들이 내 글을 구독해 주셨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나는 일을 저질러 버렸다.
8월 2일 별생각 없이 메일을 열어봤는데 전날인 8월 1일 오후에 브런치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일종의 합격통지서다.
13년 전 공무원 시험 합격했을 때보다 왜 더 기뻤을까 나는.
그때는 오랜 수험 생활로 나는 진작에 죽었고, 내 합격을 기뻐해 주는 주변 사람들의 기쁨으로 어쩌다가 다시 살아나서 기쁜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온전히 내 의지로 결정했다기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치른 시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글을 써 나가면서 '진짜 내 의지'란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의원면직과 물물 교환한 느낌이다.
이게 내가 경험한 브런치의 놀라운 힘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임명장을 받은 게 올해 가장 기뻤던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초대장은 없지만 내게 관심을 보여주신 다른 작가들의 집에 조용히 방문해 공감을 누르기도 하고, 댓글도 달아본다.
마음 같아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방의 문을 열어 찬찬히 구경하고 싶다.
우선 서 너 개의 방문이라도 열어서 가만가만 둘러본다.
아직은 내가 구독하는 작가가 한 명도 없긴 하다.
이제 5일째다.
저 서른 명의 집을 다녀오기도 빠듯하다 지금.
우선은 저 집들부터 집알이를 가자.
그렇게 결심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브런치다.
이왕이면 꾸준히 왕래하며 지낼 수 있는 집 근처로 이사를 가고 싶다.
성격이 좀 그렇다.
내가 다른 작가의 글을 구독하게 되면 이제 나는 '일종의 의무감'같은 갑옷을 입고 무장해 버린다.
그 갑옷 정말 무겁다.
그래서 섣불리 입을 수도 벗을 수도 없다.
갑옷을 입기 전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내 글이 소중하듯 다른 이의 글들도 가치가 있다.
아무래도 다른 작가의 글을 구독하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도 같다.
서두르고 싶지 않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는 속보는 아직 전해 듣지 못했고, 내겐 시간이 있다.
촘촘히 글을 읽어 나가고 검지 손가락에 진심으로 힘을 주어 구독하기를 누르고 싶다.
일단은 급한 대로 내게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 구독해 주신 분들부터 인사를 해야겠다.
쓸데없이 엉뚱한 데에만 심각하게 신중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므로 절대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전설이 오늘날 사실로 증명되지 않도록 살살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세상에는 모든 것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어야 한다.
여름방학의 고난 주간을 연속 겪고 있는 나는, 당장에 우리 집 어린 목숨들, 두 번뇌를 다스리는 일만도 벅찰 때가 많다.
남의 편이 너무 브런치에 빠져 있는 거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가정불화의 싹이 틀 조짐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많으면 기분이 좋긴 할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구독자들에게 알람이 간다고 한다.
그럼 구독자가 많으면 많은 만큼 그들에게 계속 알람이 간다?
가뜩이나 지구가 아픈데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올리는 글 때문에 괜히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거 아닐까?
혼자만의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한참이나 한다.
구독자가 많은 것이 좋은지, 적은 것이 좋은지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서로 다를 것이다.
굳이 내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많지 않더라도, 지나는 길에 잠깐 들러 한 줄 읽고 가도 좋을 그런 편한 글임자의 집이 되어도 좋으리.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뭐랄까.
그동안 억눌려 왔던 본능에의 반항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소연처럼 들릴 수도 있고, 남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을 일상일 수도 있다.
선택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까 원하면 취하고, 아니면 그냥 스치면 된다.
그냥 끼적이는 게 좋아서 지금 철없이 이러고 있는 거다.
마음껏 쏟아내기 시작하니 내가 그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다.
이 정도만으로도 나는 좋다.
8월 1일에 작가 승인이 났고, 2일 오후 늦게 그 사실을 알고 그날 밤 11시 50분이 넘어 글을 하나 올렸는데,
세상에 만상에, 5명이나 내 글을 읽은 이들이 있었다.
그 한밤중에도 깨어있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과거에 보통 9시에 기절하던 사람이라 문화충격에 가까웠다.)
글 하나 올릴 때에도 시간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방해되지 않을 그런 시간, 아마도 없을 것 같긴 하다.
이 글이 발행되는 순간 누군가의 낮잠을 깨우면 어떡하지?
브런치의 'ㅂ'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든 브런치 신규자는 걱정만 많다.
이거 괜히 일 크게 벌인 거 아닌가 몰라.
별천지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세계 상상도 못 했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매일 야금야금 도둑질하는 맛에 신이 난다.
도둑질도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니.
감히 도둑 주제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도둑질하다간 언젠가 쇠고랑 찰 날이 오고야 말 거다.
적당히 해야지.
동이 터오기 전까지 만이다.
내가 일을 그만두자 남의 편은,
"뭐라도 좀 해 봐. 아무것도 안 하면 사람이 무기력해져. 걱정된다."
라고 말하며 내가 '그저 놀고 있는 전업주부'로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1월에 일을 그만둔 순간부터,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 퇴직 후의 앞날에 나름 치밀(하다고 생각)한 계획을 세웠었다.
시간 아까운 줄 알는 사람이다.
세상에 가장 비싼 것이 시간이란 것도 안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는 걸 세상에서 가장 분개하는 사람이 나다.
물론 가끔은 그럴 필요도 있다.
혹시라도 알람으로 달콤한 낮잠을 깨우는 그런 슬픈 글이 되었다면 용서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