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전성시대, 당신도 제발 한 번만(1부)

왜 이런 건 얼리 어답터가 아닌가요?

by 글임자


22. 9. 6. 육아휴직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직장 안 다녀도 집에서 아이들 잘 키우는 게 더 돈을 버는 것일 수도 있어. 꼭 나가서 돈은 안 벌어도 돼."

2011년, 이렇게 신혼 초에 말했던 사람이

"꼭 육아휴직을 해야겠어? 남들은 일하면서도 애들 잘만 키우던데."

이렇게 바뀌었다.

공증이라도 받아놨어야 했나?


내가 2018년에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남편은 그다지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했다.


하여튼 자기 부인만 빼고 뭐든 척척 잘 해낸다는(아마도 그만의 착각이라고 믿고 싶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의 부인들 엄청 좋아한다.

"우리 행정실도 다 애들 있는 엄마들인데 육아휴직 생각도 안 하더라. 육아휴직 안 하고도 다른 여자들은 일도 잘하고 애들도 잘 키워."


나의 기쁨, 나의 고통, 기어코 하지 말아야 할 그 최후의 한마디를 해 버렸구나.

나는 다른 여자가 아니잖아.

그냥 내 아이들 엄마잖아.


내가 느닷없이 하는 말도 아니었고, 본인도 결혼 초부터 쭉 해 오던 말이었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육아휴직을 하라고, 다른 건 걱정하지 말고 애들만 잘 키워 주라고 할 땐 언제고 이렇게 변심해버렸단 말인가.

심순애의 변심도 이리 각박하지는 않았으리라.

너무 순진하게 믿은 내가 어리석었다.


10년 전쯤에 우리 오빠가 육아휴직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다.

새언니는 외국에 공부하러 나가고 첫째 조카가 돌 무렵이었을 것이다.

"형님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육아휴직을 할 생각을 다 했지?"

어떻게 하긴, 머리로 하지.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지.

생각은 머리로 하는 거야.

실천은 행동으로 하는 거고.

육아 휴직한 게 큰 잘못이야?

중대한 범죄라도 저질렀어?

엄마는 공부하러 외국 나가고 없고 자식은 어리고, 그럼 아빠가 휴직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무슨 놀라운 일이라고?

"그래도 남자가 육아 휴직하는 거 쉽지 않을 텐데, 정말 대단해."

혼자만 대단하다.

육아 휴직하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는 남편이 더 대단하다, 고 나는 혼자만 생각한다.


아무도 오빠의 육아휴직에 대해 대단하다고 놀라는 사람은 한 명 없었다 친정 집에서는.

혹시 모르지, 있었을 지도.

필요하면 휴직을 당연히 하는 걸로 받아들였었다, 고 생각했다.

남편에게만 대단한 사건이었고, 남편에게만 퍽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고 또 나만 혼자서 생각한다.

그만큼 남편은 육아휴직에 대해 시큰둥했었다.

하지만 내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남편도 언젠가 한 번쯤은 육아휴직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전부터 남편은

"나중에 상황 봐서 그때 육아 휴직할 거야."

"그래. 근무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 진짜 많아.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때 휴직해도 괜찮지. 근데 육아휴직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애들 나이 제한도 있잖아. 그러니까 나중에 사정상 휴직할 때 하더라도 지금 아이들을 위해서 육아 휴직해 보는 건 어때?"


첫째 때 6개월, 둘째 때 1년, 그리고 최근 3년, 나의 공직 생활 중 4년 6개월, 적지 않은 시간을 육아휴직에 몸 바친 산증인이 이렇게 적극 권장하는데, 남들은 남편이 육아 휴직하고 싶어도 아내가 극구 말리는 통에 못한다고도 하는데 도대체 왜 하기 싫다는 건지 이해가지 않았다.


"애들도 다 컸고."

아니 우리 애들 중에 벌써 시집, 장가간 사람 있어?

어딜 봐서 다 컸다는 거야?

우리 애들 이제 초등학생들이라고요.

다 큰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할까?

아이들은 아이들이지.

그러니까 어른이라고 하지 않고 아이들이라고 하는 거겠지.

남편은 아이들이 기저귀 떼고 제 손으로 밥 먹고 두 발로 직립보행만 하면 다 컸다고 단단히 착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내가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애들도 다 큰 마당에 무슨 육아휴직이야?"

라고 엉뚱한 소리나 했었지.

분명히 번갈아 가면서 육아휴직을 꼭 해 보자고 다짐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공무원이란 직업의 장점이 뭐야?

휴직 제도는 잘 되어 있잖아.

물론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해서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이 있고 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말이야.

특히 자식들을 기르면서 필요하다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잖아.


몇 년 전에는 내가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굳이 그걸 꼭 해야 돼?"

이러면서 말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남편이었는데, 이젠 당신도 육아휴직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줄기차게 바람 넣고 있는 내게 일관성 있게 육아휴직은 안 한다고 한동안 버티고 있었다.


'아니 육아휴직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 내가 알기론 결혼 한 적 없고 아이도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서 낳은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솔직히 지금 육아휴직 들어가면 완전 거저 아닌가?

신생아 때 밤에 잠도 못 자고 시도 때도 없이 먹이고 기저귀 갈아줄 나이도 아니고, 한여름에 땀 흘려가며 영양소 골고루 맞춰 매일 이유식 만들어 내야 할 일도 없고, 말도 못 하는 아기 아파도 어디가 아픈지 몰라 애타 할 일도 없고.

선구자가 힘든 시기는 다 감당해 내고 이젠 그나마 숨통 트일 시기인데?'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다.

경험상 육아휴직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수 백, 수 천 배는 많다고 맹신하는 나였으므로 왜 그토록 거부를 하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나는 그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급히 원인부터 파악해 볼 필요가 있었다.


다방면에서 얼리 어답터의 면모를 보였던 평소의 남의 편답지 않았다.


-2부에 계속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런치 신규자, 출근 5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