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굳이 휴직까지 해 가면서 살림하고 아이들 돌볼 것까지야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한 마디로 시시한 것, 별것도 아닌 일쯤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걸핏하면 다른 집 여자들은 일하면서도 아이들도 잘 키우고 살림도 잘한다는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시로 내뱉지.
"민원실에서는 한글만 알면 누구나 다 일할 수 있어. 별 거 없어. 세상 쉬워."
이렇게 말씀하시던 분이 생각났다.
내가 같이 근무해 본 워킹맘들은 하나같이 힘들어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 있었다.
본인이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돼?"
아침마다 사무실에서 쏟아내는 그 고단함,
우리가 하고, 우리만 듣는다.
화수분 같은 집안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출근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많은 일들,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그 어떤 것들을 당사자는 온몸으로 느끼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은 절대 모르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오만가지 일을 다 하면서도 무보수......
꼭 직장에 나가며 5일 근무를 하는 것만이 보람이 있고 인정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육아휴직도 아니었다.
단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부분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원했을 뿐이다.
출근도 하고 육아와 살림을 다 하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과거 저 세 가지를 혼자 떠맡다시피 해서 억울하기까지 했던 내 과거를 생각하면 출근이라도 안 한다는 게 어딘데?
자다가도 수 십 번을 깨서 분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말도 못 하는 갓난쟁이의 불덩이인 이마를 안고 눈물을 쏟아냈던 밤은 다 지나고, 이젠 대화가 된다는 것만도 어딘데?
세상의 남의 편들이여,
집안일하는 것, 아이들 돌보는 것, 그것을 감히 우습게 여기지 말지어다, 소심하게 외쳐 본다.
세상에는 믿기 힘들지만,
설마 설마 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아내가 맞벌이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게다가 집안일이며 육아까지도 당연히 아내 혼자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남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왜 싱글족이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자식을 안 낳으려고 할까.
둘이서 짐을 어깨에 나눠질 수도 있는 일을 휘청거릴 만큼 한 사람에게만 일방적으로 몰아준다면 그 결혼은 힘들 것이고, 자식도 안 낳는 게 나을 것 같다, 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배려 없는 결혼생활이란 것은 차라리 시작 안 함만 못하다고 본다.
시작했으면 얼른 개선을 하든지 끝을 내든지 결단이 필요하다, 고도 생각했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 엉뚱한 희생자만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
언제 결혼을 해 봤어야 알지.
결혼 생활이란 걸 해보니 알겠다.
절실히 느낀다.
살아볼수록 결혼 생활은 엄연한 공동체 생활이란 것을 알았다.
학교에서 공동체 생활이 어쩌고, 구성원의 역할이 어쩌고 백날 가르쳐봐야 개인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혼 전에 최소한 그런 부분에 대한 합의는 있어야 했다.
결혼식 준비만 할 것이 아니라
결혼 준비를
신중하게,
잘,
했어야 했다.
다음번에 결혼할 때는 적극 고려하리라.
내가 여러 차례 육아휴직을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마음이 돌아서려다가 말고 돌아서려다가 말기를 반복했다.
구차하게 이렇게까지 내가 사정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솔직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잖아. 이참에 좀 만회해 봐. 나 복직할 때 육아휴직 바로 들어가면 되잖아. 그리고 휴직 때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워보고 좋잖아. 일할 때는 시간이 없으니까 하고 싶었던 게 있으면 실컷 해 볼 수도 있고. 어때?"
"글쎄, 그렇긴 한데, 생각 좀 더 해 보고."
나와는 생각이 달랐으므로 무척이나 고민되나 보다.
이 나라도 그렇게도 강력히 권장하고 있는데?
아내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데?
남편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이렇게나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던가?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내가 경험했던 육아휴직은 아이들과 함께 꽃을 환하게 피워낼 수 있는 향기로운 시절이었다고 감히 확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