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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Apr 01. 2024

매일 전화하는 사이

없는 동안

2024. 3. 30.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엄마가 날마다 아빠한테 전화하신다면서? 왜, 아빠가 보고 싶수?"

"뭐?"


그날도 엄마에게 실없는 농담을 했다.

엄마는 아빠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내게도 거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신다.

엄마는, 엄마는 지금 병원에 계신다.


"아빠, 엄마랑 전화통화는 해요?"

"날마다 엄마가 나한테 전화한단다."

"날마다?"

"그래. 아까도 전화 왔더라."

"아빠가 보고 싶은가 보네."

"보고 싶기는. 쳇."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입가에 흐르는 웃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45년도 넘게 부부로 살아오시면서 지금에서야 얼마나 애틋한 정이 있겠냐 싶으면서도, 같이 있을 때는 여전히 티격태격하시면서도 빈 옆자리가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을 테니까.

병원에 계시지만 엄마는, 엄마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

몸만 입원해 있지 눈앞에 훤한 그 풍경들에 매일 아빠에게 전화하지 않고는 못 견디시는 거다.

사소한 집안일 단속부터 아빠의 끼니를 챙기는 엄마는 이젠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여전히 엄마 없이는 많은 일들이 안된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칠순의 나이,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여전히 그 정도면 청춘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빠에게 칠순의 엄마는 옆에 있어도 옆에 없어도 아빠는 아빠대로 잘 살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항상 남편을 못 미더워하듯, 엄마도 내일모레 팔순이 되는 아빠를 못 미더워하시는 건가.


"엄마, 일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서 어떻게 참고 있수?"

"근질근질해도 어쩌겄냐?"

엄마는 항상 일만 하고 사셨다, 평생을.

농사일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고 일 안 하는 엄마란 상상조차 못 할 만큼 말이다.


병원에 입원하신 지 2주도 넘었다.

매일 밭으로 출근하던 당신은 많이 답답하겠지만 차라리 병원에 있으면 일이라도 덜 하게 될 테니 차라리 잘 됐다고 우리 사 남매는 엄마의 입원을 서둘렀다. 아빠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작년에도 올 초에도 엄마의 입원으로 이젠 아빠도 적응되셨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아빠가 그 일 해 놨는가 모르겄다, 한 번 가 봐라."

"비가 많이 온다더라, 비 오기 전에는 끝내야 쓸 것인디."

"아빠 반찬은 뭐 해 드시더냐?"

"아빠가 전화를 안 받는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

거의 매일 내게도 전화를 하시며 은근히 집안 돌아가는 사정을 보고 받고 싶어 하시는 눈치다.

"엄마, 걱정하지 마. 집은 다 잊고 엄마만 잘 있으면 돼. 아빠도 잘 계시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계시라고요."


엄마가 없는 집, 휑하니 빈집 같기만 하고 아빠만 남은 친정은 뭔가 짝이 안 맞는 느낌이다.

아빠도 무기력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나 혼자 괜히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엄마도 빨리 집으로 돌아오고 싶으시겠지?

아빠도 엄마를 기다리시겠지?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더 지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엄마가, 아빠가, 우리 곁에 있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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