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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l 06. 2024

엄마가 '학알못'이라서

친군들 만나기 하룻밤 전에

2024. 7. 5.

<사진 임자 = 글임자 >


"학원 갔다가 1시 20분에 끝난대. 그래서 30분에 만나기로 했어."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토요일인데 학원 가?"

나는 단지 주말인데, '주말=쉬는 날'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그렇게 물었다.

학교도 안 가는데 학원을 간다고?

아, 요즘은 그런가 보구나.


언제 학원을 다녀 봤어야 알지.

나는 학원은 주중에만 다니는 줄  오해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하는 학원이 있나 보구나."

"당연히 있지, 엄마."

"아, 그래? 엄만 몰랐지."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가 금연하던 시절에 '토요일에도 다니던 곳'은 학교밖에 없었다, 내 경우에는.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확실히 그랬고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 주 5일 등교를 했던가?

딸은 제외고 그나마 아들만 유일하게 다니는 학원은 태권도 학원인데 그곳도 주중에만 한다. 그런데 공부하는 학원은 뭔가 다른가 보았다.

"엄마도 컴퓨터 학원 말고는  안 다녀 봐서 몰랐어. 그때도 그 학원은 토요일에는 안 갔던 것 같은데."

"엄마, 요즘엔 토요일에 학원 가는 친구들도 많아."

"그렇구나."

하긴, 주말에도 학원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같았다 그제야.

일요일에도 학원에 보내는 지인이 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나기도 했다.

"근데 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1시 20분에 학원 끝나면 너랑 보기로 한 시간이 너무 촉박한 거 아니야? 날도 더운데 시간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

"아, 그런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지 아들은 아뿔싸, 했다.(고 나는 느꼈다.)

"친구한테 한번 일정 조정해 보자고 해 봐."

아들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 년에 전원 켜는 일이 몇 번 되지도 않은 폴더폰을 집어 들더니 심각하게 뭐라고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근데 엄마, 이거 친구 번호 맞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적어 왔잖아."

"아마 맞을 거야."

본인이 적어 왔으면서 그걸 엄마한테 물어보면 어쩌라는 게지?

아들아, 아들아!

"친구한테 답장은 왔어?"

"아니, 난 까똑이 안되잖아. 다른 친구들은 다 그걸로 쓰는데."

"그래도 문자가 오면 확인하겠지."

그렇게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이러다가 친구랑 길 엇갈리는 거 아니야?

괜스레 나만 혼자 조급해졌다.

정작 당사자는 무덤덤했고 말이다.

"엄마, 친구가 답장을 안 줘."

"혹시 번호 잘못 적어 온 건 아니지?"

"맞을 거야."

"맞을 거야가 아니라 맞아야지. 그래가지고 만약에 연락 안 돼서 못 만나면 어떡해? 당장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겠지, 아마 번호도 맞을 거야. 걱정 마."

이렇게나 긍정적인 태도의 어린이라니!

"그 친구가 학원을 가거든. 평일에는 7시가 넘어야 끝난다고 했어."

"아, 그래? 그럼 더 기다려봐야겠다. 수업 중이면 확인 못할 거 아냐?"

하지만 8시가 넘고 9시가 넘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엄마, 전화해 볼까?"

"무슨 전화를 해? 금방 10시 되어 가는데. 밤늦게 전화하는 거 아니야. 잘 수도 있잖아. 그냥 내일 오전 늦게나 해 봐."

"알았어. 내일 아침 8시쯤에 전화하면 되겠지?"

"아니! 좀 이른 것 같다. 그때까지 자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자고 있는데 누가 너 깨운다고 생각해 봐. 넌 기분이 어떻겠어? 11시 전후에 전화하는 게 어때?"

"알았어."

아들은, 아들은, 그러니까 뭔가 딸하고 다른 것 같다.


"근데 친구가 왜 답장을 안 하지?"

"그러게. 아직도 학원 수업이 안 끝났나? 문자 봤으면 늦게라도 답장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내가 잘못 보냈나?"

지금 그런 얘길 하시면 어쩌자는 거죠, 아드님아?

"근데 그 친구가 학원 하나만 다니는 거야? 7시가 마지막 학원 수업 끝나는 시간이 맞긴 맟아?"

"나도 몰라."

"아마 또 다른 학원에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일 보느라 바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자자. 그리고 내일 친구 만나서 놀려면 잠을 푹 잘 자 둬야 해. 그래야 놀 기운이 있지.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자.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말자 우리, 알았지?"

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친교활동도 좋지만 그전에 주말 아침에는 최대한 늘어지게 자라고, 절대 절대 일찍 일어나지 말자고, 안 일어나도 좋다고, '누가 누가 더 늦게 일어나나' 그런 내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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