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3명에 못 끼는 이유
< 사진 임자 = 글임자 >
"한국인 10 명 중 3명이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대."
"근데 우린 안 키우네?"
아침 등교 준비를 하면서 모닝스페셜 헤드라인 뉴스를 듣다가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내가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타당한 이유 내지는 아주 설득력 있는 핑계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진짜 많이들 키우긴 한다. 근데 그 반려 동물들이 평균 하루에 6시간 이상 집에 혼자 있대. 그래서 엄마는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겠어."
"엄마가 집에 있잖아. 엄마가 봐주면 되지."
"엄마라고 항상 집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 엄마도 강아지 좋아하니까 키우고는 싶어. 근데 아무도 집에 없을 때 강아지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할걸 생각하면 좀 그래."
"그럼 데리고 다니면 되지."
"항상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반려동물이 못 가는 곳도 있잖아. 그게 문제지. 우리 가족이 며칠 집이라도 비우게 되면 어떡해?"
"외할아버지한테 부탁하면 되지."
"매번 그렇게 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그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고."
아이들은 항상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나도 물론 한때는 그런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혀 금방이라도 어떤 절차를 밟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신중하고도 심각하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끝까지 잘 해낼 자신이 없었고 평생 한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으므로 순간의 기분에 결정할 일도 아니었다.
"엄마, 우리도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면 안 돼?"
아들은 고양이를 원했다.
"엄마는 강아지 더 좋아해. 그럼 강아지는 어때?"
딸은 내가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선호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근데 엄마는 새도 좋더라."
언젠가 새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긴 했다.
"엄마, 난 닭! 닭이 좋아. 닭 키우고 싶어. 닭이 얼마나 귀여운데."
딸은 한 술 더 떴다.
얼씨구, 셋이 점점 김칫국을 무한리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어떤 동물을 좋아한다는 그 단순한 마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급기야 솔로몬의 지혜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아드님이 처방전을 내리셨다.
"엄마. 좋은 방법이 있어. 다 한 마리씩 키우면 되지. 어때, 내 생각이?"
아주 그럴 듯, 하지 못한 생각이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적어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얘들아, 단순히 너희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단 키우고 싶다고 하는 건 안 돼.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해. 먹이고 치우고 관리해 주고 잘 돌봐줘야 돼."
"엄마, 내가 잘할 수 있어."
언제나 의욕은 넘치는 아드님은 자신 있어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니까. 넌 학교 가야 하잖아. 근데 어떻게 돌봐줄 건데?"
"엄마가 있잖아."
"엄마한테 떠넘기면 안 되지. 네가 책임을 질 각오가 돼야지."
말로는 뭐든 못할 게 없어 보이는 아들은 은근슬쩍 내게 기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두 아이들 건사하고 내 몸 하나 챙기는 것도 충분히 일이 많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아프기라도 해 봐. 사람은 말이라도 할 수 있지. 동물은 말을 못 하니까 그게 제일 걱정이야. 예방접종도 해 줘야 하고 정기 검진도 해야 하고 사람처럼 계속 건강을 잘 관리해줘야 한대. 그리고 평생 살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것도 그렇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그거였다.
먼저 반려 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 말이 그랬다.
물론 건강하고 잘 지내주면 바랄 게 없지만 아프기라도 하면 어쩐담?
아이들 정서상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일이 많은 도움도 된다고 하지만 무엇이나 빛이 환한 만큼 그림자를 진하게 드리우는 법이니까.
우리 집에서 반려 동물 얘기가 처음 나온 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여전히 우리는 고양이와 강아지와 닭을 좋아한다.
하지만 점점 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니 자연스레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밖에 나가면 반려동물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매번 실감한다.
몇 분에 한 번 꼴로 많은 강아지들을 본다. 그것도 귀엽기 그지없는 생명체들을.
갖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강아지들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한다.
남의 반려동물이라도 보고 있으면 어찌나 흐뭇한지...
어쩌면 나는 평생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
평생 아쉬워할 수도 있다.
그래도 섣부른 충동으로 경거망동하는 일은 애초에 안 만드는 게 백 번 낫다는 게 결론이다.
다행히 남의 반려 동물들은 눈으로라도 실컷 예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