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으로 본 10살의 요즘 물가
체험, 분식 물가
23. 2. 5. 10년 전 장소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엄마 어렸을 땐 자장면이 100원이었어?"
"아니?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몇 천 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엄마 어렸을 때도 집에 TV가 있었어?"
"있었지 그럼. 엄마가 시골에 살았지만 TV는 외할아버지가 일찍 사 주셨어. 그렇다고 흑백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 엄연히 컬러 TV였어."
"그래? 그럼, 엄마 어릴 때도 컴퓨터란 게 있었어?"
"응. 있었지. 외할아버지가 엄마 6학년 때 사주셨는데?"
"그렇구나. 난 엄마 어릴 땐 그런 게 다 없는 줄 알았지."
"합격아, 너 엄마를 너무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가 아무리 나이가 있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그리고 시골에서 살았지만 너희 외할아버지가 컴퓨터도 사주셨어. 그땐 컴퓨터 가격도 좀 비쌌는데 30년 전에 컴퓨터 사 준 집은 시골 엄마 동네에서 우리 집이 최초였어. 참고해라."
어느 날 딸이 하교하고 집에 오자마자 내게 질문 세례를 했다.
평소 엄마는 나이가 많다며 문명의 혜택이라곤 눈곱만치도 못 받고 산 옛날에서 건너온 사람처럼 대하려고 했다.
"그래? 그럼, 엄마 어렸을 때는 초등학교 다닐 때 오전 반, 오후반 이렇게 나눠서 수업했어?"
"아니? 그건 외할아버지 어렸을 때나 그러지 않았을까? 엄마도 옛날엔 그렇게 수업했었다는 얘기 어떤 방송에서 듣고 알았어. 아마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게 수업하지 않았을까?한번 찾아 보자."
"그럼 엄마 어렸을 때 전화기는 있었어?"
"적당히 해라잉. 전화기도 못써봤을까 봐? 컴퓨터도 있었던 집인데? 그리고 엄마가 영수 학원은 안 다녀봤어도 컴퓨터학원은 다닌 사람이야 이거 왜 이러셔?"
"아, 그렇구나..."
여기까지는 괜찮다.
지금 갑자기 가정환경 조사라도 하자는 게냐?
수 십 년 전 학기 초에 담임을 맡은 선생님이 부활해 가정방문을 나온 줄 알았다.
제발,
혹시, 만에 하나 피아노도 집에 있었냐고는 묻지 말아 다오.
그것까지는 아니었어.
TV도 익숙한 그 세 개의 채널만 나왔었다는 것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한 때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세 개의 채널만을 시청하는 줄 알고 살았던 적이 있다.
다행히 딸은 멈춰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그런 것들은 왜 물어봐?"
"수업시간에 배웠는데 옛날에는 자장면이 100원 밖에 안 했대. 진짜 싸다. 그리고 수업도 오전, 오후 나눠서 하고."
"사회 시간에 배운 거야? 그건 엄청 옛날 얘기 같다."
"응. 진짜 선생님 얘기 들으니까 신기했어."
"옛날에는 그랬지. 요즘 하고는 많이 다르지? 엄만 중학교 가서 영어 배웠어. 중 1 때 알파벳 배웠다니까."
"정말? 우린 3학년 때부터 배우는데."
"그러게. 정말 많이 달라졌지."
"엄만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 그 정도면 충분히 힘들었어. 또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되고. 근데 다시 돌아가면 많은 게 달라지겠지? 옛날로 돌아가면 너희를 못 만날 수도 있잖아."
"정말 그럼 안되지! 엄마, 옛날로 돌아가지 마!"
"근데, 솔직히 가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긴 해. 특히 14년 전으로 말이야.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엄마 삶이 너무 힘드니까 딱 그즈음이 좋겠다. 그러면 다 달라졌겠지? 아마 아빠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거야. 근데 아빠를 안 만났다면 또 너희들이 없었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고. 어차피 돌아갈 수 없으니까 한 번씩 돌아가고 싶다고 바라는 거겠지? 예전엔 정말 너무너무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기도 했어. 그런데 사람은 이런 선택을 하든 저런 선택을 하든 조금씩은 아쉬움이 남긴 할 거야."
라고 말할 수도 있었으나...
옆에서 듣고 있던 10살짜리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누나, 누나는 자꾸 옛날 얘기만 하네. 요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100원짜리 자장면 얘기야? 지금은 자장면이 얼마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우리 아들은 물가가 뭔지 알고 하는 말씀이실까?"
"당연히 알지. 방학 전에는 어묵이 1,000원에 3개였는데 개학하고 가서 보니까 이젠 1,000원에 2개인 거 있지. 진짜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