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우리 집 두 어린이 이대로 괜찮은가?

사서 걱정하는 엄마

by 글임자
23. 2. 5. 지금 이대로 다 괜찮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얘들아 벌써 9시 다 돼 간다."

"아직 9시는 안 됐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제 슬슬 정리하고 잘 준비해야지?"

"걱정하지 마요 엄마. 이따가 다 정리할게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정리하는 거 몰라?"

"잘 알지."

"그러니까 엄마는 엄마 할 일 해요."


엄마의 할 일이란 그 순간, 너희들 닦달해서 최대한 일찍 재우는 것이란 걸 너희는 정녕 모른단 말이더냐.

너희가 자야 엄마도 엄마 시간을 좀 가질 게 아니냐.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녁에 너무 늦게 자는 거 아냐?"

"괜찮아 엄마."

"그래도 9시에는 정리를 해야 청소하고 잠을 자지."

"엄마는 우리를 못 믿어?"

"못 믿는 게 아니라 잘 시간이 다 돼간다 그 말이야."

책을 낮에 보면 좋겠는데 낮 동안에는 다른 사무들로 공사다망하신 남매는 꼭 저녁 9시가 다 되어가서야 책을 펼친다. 그것도 내용이 긴 것들로 골라서.

책을 보다가 거기 푹 빠져서 공식적인 취침시간인 9시 3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엄마. 이것까지만!"

"밤늦게 보는 것보다 낮에 시간 많을 때 보는 게 어때? 자기 전에는 간단한 책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내일 아침까지 못 기다리겠어. 다 보고 잘래."

"그렇게 하다가 자꾸 너희 자는 시간이 늦어지잖아."

요즘은 10시가 넘어 잠드는 일도 다반사였고, 11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깨어있은 적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늦게 잠자리에 드니 다음날 일찍 일어날 리가 있나.(물론 늦게 일어나는 일을 내가 반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저녁에는 최대한 일찍 잤으면 좋겠고, 아침에는 최대한 늦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들이라도 어서 군대에 갔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들의 기상 시간과는 전혀 별개로 남편의 아침밥을 준비하려면 7시 전에 기상해야 할 운명이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깨기 전,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의 그 아침 시간이 그렇게도 내겐 소중하다.


"애들이 뭐 안 좋은 거 하는 것도 아니고 책 보다가 잔다는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책 보는 건 책 보는 건데, 잘 시간은 지켜줘야지. 방학이라고 너무 늦게 자면 습관 돼서 개학하면 힘들어. 이제 곧 개학인데 슬슬 준비해야지."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연령에 얼토당토않은 이상한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아니니 남편은 적당히 눈감아 주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어쩌다가 한 번은 괜찮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나중에 힘들어지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생활지도는 내가 많은 부분 맡아서 하는 편이므로 나름의 기준에서 너무 벗어나면 곤란하다.

다른 건 아무것도(굳이 아무것도라고 하기엔 양심에 조금 찔리지만) 바라지 않는다.

일찍 자고 적당한 시간에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거다.


"요즘 애들이 너무 해이해진 것 같아. 나도 애들 보고 맨날 공부해라 그런 말은 절대 안 하는 거 알지? 공부는 둘째치고 잠자고 일어나는 일 그런 거라도 잘 지키고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별 말 안 했더니 요즘 너무 늦게 자. 잠을 푹 잘 자야 다음날 몸도 가볍고 체력이 회복되지 안 그래? 뭔가 대책이 필요해."

말은 이렇게 하면서 남편에게 넋두리했지만 나도 안다, 요즘 이런 아이들 별로 없다는 것을.

잠자는 일 말고 나머지 많은 부분에서는 각자 할 일을 제법 잘 해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르고 과목별로 매일 어떤 분량들을 마친다.

"엄마, 나 과학 다 끝났으니까 이젠 음악 공부 한 번 해 볼래!"

미리 다음 학년 과목을 맛보기로 체험하는 어린이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정해진 시간까지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마치지 않은 것 같아 경고를 할라 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끝마쳤노라 의기양양해하는 남매다.

세상에는, 하루 종일 게임에 중독돼서 방안에서만 사는 어린이가 있다고 한다.

책이라고는 역병 멀리하듯 거들떠도 안보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방학이라고 너무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데에 하루를 다 쓰는 어린이도 있다고 한다.


진단 결과, 나는 정말 지금 호강에 겨웠다.

이 모든 게 다 배부른 소리다.

이 정도면 우리 집 어린이들은 그 또래에 비해(굳이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이들 취침시간의 문제점 지적을 빙자하여 또 팔불출 엄마가 출현하셨다.)

내 앞가림이나 잘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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