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성이 들어갔나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 줄래?
23. 3. 17. 때가 되면<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미역국에 엄마 정성이 들어갔어?"
"당연하지! 아침에 엄마가 국을 새로 끓였다는 것 자체가 정성이지."
"그래? 진짜야?"
"그럼!"
키우면 키울수록 희한하다, 생각이 드는 멤버가 우리 집에 한 명 있다.
어쩌면 저 나이에 저런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고 하나 싶은 멤버가 우리 집에 한 명 있다.
그 멤버를 '징집소집통지서'라는 명목 하에 어서 나라에서 불러주었으면 하는, 그런 멤버도 있다 물론.
"우리 아들, 밥이라도 먹고 가야 기운이 날 텐데?"
"오늘 아침 메뉴는 뭐야?"
"미역국이지."
"그래? 미역국이라면 먹어줘야지."
말로만 누워서 미역국을 다섯 그릇 정도 드시고 이불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한 어린이.
종종 벌써 질풍노도의 시기가 닥친 것은 아닌가 강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그 어린이의 행동.
"선생님이 8시 30분까지 오라고 하셨다며?"
"괜찮아."
"이러다 지각하겠어."
"지각해도 돼."
"그래도 선생님이 오라고 한 시간까지는 가야 하지 않겠어? 너무 늦게 가면 다른 친구들한테도 피해줄 수 있어."
"선생님이 늦잠 잔 날은 8시 50분까지 와도 된다고 하셨어."
"이왕이면 30분까지 가면 좋을 텐데.(=제발 얼른얼른 밥 잡수고 나가주시게나.=네가 나가야 엄마는 홀가분하다.=너만 나가주면 엄마는 할 일이 태산이다.)"
"누나는?"
"진작 갔지."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늦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멤버를 다른 멤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순간, '늦잠을 잤을 경우에는 8시 50분까지 와도 좋다.'라는 다른 선택지 하나를 아이들에게 선심 쓰신 담임 선생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자고로 엄마 말은 흘려 들어도 담임 선생님 말씀에 대해 어떤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그 멤버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멤버는 차라리 극단주의자에 가까웠다.
어느 날은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학교에 가겠다며 수선을 피웠고, 어느 날은 조바심 나는 엄마 마음도 모르고 무사태평하게 늑장을 부리곤 했다.
'상담할 때 넌지시 말씀드려 볼까? 가능하면 등교시간을 8시 30분까지로 공지해 주시라고?'
학기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너그럽게 학생들을 대하시는 것 같았다.
새 학년에 적응도 해야 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 그리고 낯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인 것 같다, 고 나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극성스러운 엄마도 아니고, 치맛바람 같은 것은(저런 말 한마디 한다고 해서 치맛바람까지 운운할 것은 못되겠지만) 전혀 일으키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는 학부모이므로 일단은 잠자코 있어야지.
어디까지나 등교시간에 대한 재량은 담임 선생님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밥 안 먹을 거면 이라도 닦고 얼른 가. 자고 일어났으니까 입에서도 냄새나."
"엄마 정성을 생각해서 먹어야지."
비록 등교시간에 늦을 것이 자명한 이치였지만 나의 정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멤버는 결국 미역국을 드셨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엄마 정성을 생각해서 먹고 가니까 엄마가 국 끓인 보람이 있네."
"근데, 엄마. 진짜로 여기 엄마 정성이 들어간 거 맞지?"
"그렇다니까!"
"대충 만든 거 아니지?"
아니 얘가 속고만 살았나.
물론, 빨리 끓이기는 했으나 결코 그것을 대충 만들었다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애매한 일이었다.
그래, 솔직히 후다닥 끓이기는 했다.
인정하마.
미역국은 3분 만에 호로록(물론 다 먹지는 못했다.), 이 닦는 일은 3초 만에(내 느낌상이지만 실제로 측정해 본다 한들 3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끝낸 그 멤버는 그날도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엄마, 나 오늘도 놀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