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3. 11. 성장통도 관절염도 없겠지?<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축하해! 그거 성장통이야. 엄마 키가 더 크려나 봐."
"이 나이에 엄마가 성장통이라고?"
"원래 키가 크려면 그렇게 다리도 아프고 그런 거야."
"엄마도 클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가 책에서 봤는데 뼈가 자라나니까 그렇게 아픈 거래. 아무튼 축하해."
마흔도 넘은 엄마가 키가 줄었으면 줄었지 더 클 것 같지는 않은데, 아들은
고맙다, 말이라도...
"요즘 엄마 다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엄마 다리가 아파?"
"무릎이 특히 아프네. 왜 그런 걸까?"
"그거 좋은 일이야."
"뭐가?"
"드디어 엄마도 키가 클 수 있다는 증거지."
"우리 아들은 엄마가 더 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키가 크려고 그렇게 아픈 거니까 엄마 좀 쉬어요. 그리고 잠 잘 자고 잘 쉬면 키가 큰대."
"그렇구나. 우리 아들이 성장통도 다 아네?"
"당연하지. 내가 책에서 다 봤지. 엄만 좋겠다."
그래 좋다 좋아, 이렇게나 박학다식한 든든한 아드님을 두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구나.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얘들아, 엄마도 정말 나이 들었나 봐.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네. 온 삭신이 다 쑤시고 아파."
"엄마 어디 가 제일 아픈데?"
"다리랑 무릎이 제일 아프다."
"음, 그래?"
"우리 아들이 보기엔 왜 엄마가 아픈 것 같아?"
"글쎄."
"혹시 엄마가 또 키가 크려고 그러는 걸까? 5센티미터만 더 크면 정말 좋겠다."
"에이, 엄마. 엄마 나이가 몇 살인데 키가 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원래 키가 크려면 이렇게 뼈마디가 아프고 특히 다리도 아프고 그런다며? 네가 옛날에 그랬잖아. 기억 안 나?"
"엄마, 그건 어린이들이나 그런 거지. 우리 같은 어린이들이 다리가 아프고 그럴 때 성장통이 있는 거야."
"아, 그런 거야?"
"그럼. 엄마 나이가 지금 얼마나 많은데 엄마는 이제 다 컸어. 더 이상은 안 커. 아마 키가 줄어들걸? 할머니들도 점점 키가 줄어들잖아. 원래 나이 먹으면 그런 거래."
"우리 아들은 어떻게 그런 것도 다 알아?"
"책에서 내가 다 봤지."
"그나저나 엄마 다리가 왜 이렇게 아픈가 몰라."
"엄마, 그건 신경통이야. 엄마 나이가 있으니까 아마 관절염일걸? 엄마 나이 정도면 그럴 때도 됐지."
"엄마 키가 클 거라고 축하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가 언제?"
"너 유치원 다닐 때는 그랬잖아 엄마한테."
"아, 그거 말이야?"
"우리 아들이 엄마 키 클 거라고 해서 엄마도 기대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어."
"그렇구나."
최근 한 살 더 먹더니 아들은 제법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기 시작했다.
엉뚱한 말이라도 관절염을 성장통으로 자신 있게 둔갑시켰던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
그런 순간도 잠시, 딸은 현실을 직시하라며 건조하게 한 마디 기어이 던졌다.
"엄마, 어쩌겠어. 엄마는 우리 집에서 나이도 제일 많은데. 에휴~"